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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사태 6개월…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

롯데사태 6개월…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

입력 2016-01-31 10:33
업데이트 2016-01-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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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대세장악’에도 지분구조상 여전히 ‘불안’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롯데그룹 경영권분쟁이 31일로 6개월을 넘겼다.

분쟁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지난해 7월 27일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함께 도쿄로 가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한 데 대해 신 회장이 그후 며칠간 반격하면서 본격화했다.

6개월이 지났지만 신격호·동주·동빈 3부자는 아직 화해하지 못한 채 분쟁은 진행형이다.

그간 상황을 요약하면 지금까지는 신 회장이 유리하다.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진 지지를 업은 신 회장이 일단 기선을 제압했다. 신 회장은 분쟁 이후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해가면서 장악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영입하고 SDJ코퍼레이션을 설립, 신 회장을 조직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실효가 적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법정 시비의 대상으로 오른 상태여서 법원이 조만간 신 총괄회장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을 지정한다면 이번 분쟁에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내부 정리’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숨가쁘게 달려온 신동빈…‘대세 장악’엔 성공

신 회장은 그동안 부친인 신 총괄회장과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한 일본 광윤사의 영향력을 차단하는데 주력해왔다. 부친과 형이 광윤사 지분의 과반을 장악했기 때문에 이들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는데 힘을 썼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통해 주요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 신 회장은 작년 8월 롯데건설이 가졌던 롯데제과 주식(1.3%)을 직접 매입하였고, 10월에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알미늄 지분 12%와 한국후지필름이 보유한 대홍기획 지분 3.5% 등을 잇달아 매수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작년 7월 현재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크게 줄여 이달 현재 67개의 고리만 남았다. 이로써 신 회장은 광윤사를 통한 경영간섭에 흔들리지 않을 체제를 갖췄다. 이는 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도 있어 정부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작년 7월 27일 신 회장 주도의 이사회가 부당하다며 한일 양국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나, 한일 양국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에 주목하면서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79·10남매 중 8째)씨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성년 후견인 지정을 해달라고 우리나라 법원에 요청한 상태여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상황 역시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롯데 가(家)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도 작년말 123층 대들보를 들어올렸고 올해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외견상 ‘신격호의 롯데’에서 ‘신동빈의 롯데’로의 변화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일 롯데의 핵심 지주사인 광윤사의 최대주주이고, 한국롯데 지분도 신동빈 회장과 엇비슷한 만큼 경영권 분쟁은 여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의 상당부분이 임직원 지주회 몫으로 돼 있는 대목 역시 불안 요인이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일본인 전문경영인들끼리 손을 잡을 경우 신동빈 회장이 그들에게 당할 수 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 “샴페인 아직 이르다”…암초 수두룩

그러나 신 회장이 그동안 공언해온 롯데그룹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 그리고 투명 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개혁을 가속하고 있으나 가장 큰 암초는 롯데그룹 내에 있어 보인다.

‘삼겹살 갑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이 중소기업 파트너(협력사)와의 상생펀드기금 액수를 6천억원으로 증액한다고 발표한 지난 12일, 국내 3위 대형마트인 롯데마트가 협력업체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삽겹살 납품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마디로 롯데마트가 협력사를 후려쳐서 저가 납품을 강요한 갑질을 했다는 것으로,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6천억 상생기금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롯데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더욱이 해당 논란의 롯데마트 축산물 담당 상품기획자(MD)가 해당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가 면직된 것으로 밝혀져 롯데그룹 처지가 더 옹색해졌다.

롯데마트의 이런 스캔들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여파 속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개혁과 상생’ 이미지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 롯데는 ‘갑 중의 갑’으로 통해온 게 사실”이라며 “이런 구태가 여전한 것이 현실로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신동빈의 롯데’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우선 호텔롯데가 28일 증시 상장을 위한 첫 관문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가운데 곧 윤곽이 드러날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와 공모가격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은 올해 1분기 호텔롯데 상장을 마치려 했지만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사업권 연장에 실패한 탓에 상장 시기가 5월 전후로 늦춰졌다.

전반적인 증시침체로 원하는 만큼 상장자금을 끌어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 회장이 작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한 뒤, 증권업계 등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0조원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8~9월께 제시된 호텔롯데 기업가치 최대 추정값 20조원(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호텔신라 등 비교 대상 시가총액 감소와 약세장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50% 수준인 10조원 정도로 깎이고 이 가운데 전체 주식의 30~40%만 투자자들에게 공모로 배정할 경우 공모 규모가 3조~4조원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텔롯데의 상장 흥행이 부진하면 롯데그룹 개혁 작업 역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현재 남은 16%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5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낸 한일 양국에서의 소송전도 여전히 위협거리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일 양국 법원과 검찰에 각각 7개, 4개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신동빈 장남 기모노 약혼식 사진에 ‘일본기업 논란’ 여전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작년 11월 28일 신 회장의 외아들 시게미쓰 사토시(한국명 신유열·30)씨, 그의 부인 시게미쓰 아야(重光絢)씨의 작년 11월 28일 결혼 피로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됐다.

또 사토시씨가 부인이 기모노를 입고 약혼식을 올리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이것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신격호 3대의 배우자가 모두 일본인이라는 점은 인터넷에서 ‘롯데그룹=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단골 메뉴다.

신 회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아들 사토시씨의 롯데그룹 승계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피하는 등 3세 경영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 회장의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두 딸도 여전히 롯데 계열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토시씨가 30대까지는 한국말도 거의 모른 채 일본에서 일본인처럼 살다 갑자기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롯데의 총수가 된 신동빈 회장의 길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런 불투명한 태도가 ‘롯데는 한국기업’이고, 과거에서 벗어나 ‘윤리경영’과 ‘투명 경영’을 하겠다는 그의 약속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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