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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주는 피아니스트가 꿈” 서울대 입학 지적장애생

“행복 주는 피아니스트가 꿈” 서울대 입학 지적장애생

입력 2016-01-31 10:10
업데이트 2016-01-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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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치악고 이들림군, 기악과 정시모집 합격

지적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피아니스트’가 서울대 음대 신입생이 됐다.

31일 서울대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 치악고 3학년 이들림(19)군이 2016학년도 음대 기악과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에 최종 합격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한 이군은 이미 유명한 장애인 피아니스트다.

제4회 전국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탔고, 2014년에는 전 세계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음악 축제인 ‘평창스페셜뮤직 & 아트페스티벌’의 개막 연주를 맡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고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이군의 어머니 김미연(52)씨는 “입학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동안 고생한 게 떠올라 들림이와 함께 엉엉 울었다”며 “아직도 꿈만 같고 잘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모든 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부모가 그렇듯, 그에게 이군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선천적으로 지적장애 3급을 갖고 태어난 아들은 음악을 하기 전까지는 자폐증상까지 보였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소리만 지르는 아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던 김씨는 가슴만 쳤다.

김씨는 음악을 전공했지만 아들이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군이 어머니와 함께 간 세미나에서 찬송가를 듣고 집에 와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반에 쳐 낸 것이다.

김씨는 “악보를 보지도 못하는 아이가 한순간에 들은 곡을 페달까지 안 틀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그때부터 음악의 길이 열렸고 들림이도 점점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군을 음악가로 키울 생각은 아니었다. 이군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김씨는 ‘음악은 재미로만 하고 전공은 하지 말자’고 줄곧 주장했었다고 한다.

김씨는 “내가 음악을 전공해서 알지만 입시를 위해 제대로 연습하기 시작하면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하지만 들림이가 온종일 음악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면서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에는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나 막상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남들보다 피아노에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손가락 근육 자체가 단단하지 않아 크게 쳐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나 페달을 제때 밟는 것도 힘들었다.

“들림이도 나도 눈물을 말도 못하게 흘렸다”고 회상한 김씨는 “장애 때문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은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항상 피아노 옆에 붙어 있다는 이군이 꿈꾸는 대학생활도 온통 피아노에 관한 것이다.

김씨는 “평생 연습하라고 강요해 본 적도 없지만 들림이의 삶과 피아노는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며 “자기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꿈인 들림이는 대학 가서 더 많은 곡을 배우고 피아노로 칠 생각에 들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들림이가 느닷없이 닥친 불행처럼 느껴졌지만 키우다 보니 굉장히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더라”며 “처음 절망스러운 상황을 넘어섰을 때 더 귀한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많이들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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