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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문구 위치 때문에”…마지막 허들에 걸린 北인권법

“‘함께’ 문구 위치 때문에”…마지막 허들에 걸린 北인권법

입력 2016-01-29 17:25
업데이트 2016-01-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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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조항서 위치 따라 ‘인권증진’ 對 ‘남북평화’ 방점 달라져與 “더민주 안대로면 아무것도 못해”, 더민주 “與 말바꿔”2005년 제17대 국회서 처음 발의돼 12년째 공전

여야가 29일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 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해 놓고 막판에 불발된 것은 법 조항의 한 문장에서 ‘함께’의 위치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제정안의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를 다룬 제2조 제2항이 문제의 조항이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원안에는 아예 없었던 이 조항은 야당의 요구에 따라 여야의 제안이 각각 올라오면서 절충이 벌어졌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국가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향으로도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하여야 한다’고 맞섰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함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법안의 ‘주종’(主從)이 달라진다는 게 양측의 생각이다.

요컨대 새누리당은 인권증진이 먼저고 평화정착이 나중에 오도록 하자는 주장이지만, 더민주는 인권증진 노력과 평화정착을 동등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 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 주장대로라면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면서 “법의 기본 원칙을 흔들면 법안을 통과시키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 내가 법 조항을 제안했을 때는 새누리당도 좋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한참이 지난 뒤에 ‘앞에 있던 함께를 뒤에 갖다 놓으면 의미가 확 달라진다’면서 안된다고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야는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나머지 2개 핵심 쟁점에는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우선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야당의 주장대로 법무부가 아닌 통일부에 두되 3개월마다 자료를 법무부에 이관토록 접점을 찾았다.

또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12명으로 구성해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5명씩 10명을 동수로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정부 유관부처 관계자가 포함되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야가 각각 3분의 1씩 추천토록 할 방침이었으나 일부 양보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 통과가 불발됨에 따라 지난 2005년 8월 제17대 국회에서 당시 김문수 의원이 처음 발의했던 북한인권법은 다음 본회의까지 극적인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또 다시 제20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11년 10월에는 법제사법위까지 갔으나 실패했고, 이번 국회에서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도 ‘북한인권증진법’을 발의해 병합 심의를 하면서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8일 대외선전용 주간지인 통일신보를 통해 북한인권법에 대해 “극악한 대결 책동”이라면서 “오랫동안 국회에 처박혀 있던 케케묵은 북인권법을 꺼내 들고 공화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써먹으려는 극악한 대결 책동이며 목숨 연명의 가련한 추태”라고 강력 비판하는 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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