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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뚜껑 열어보니…대기업·주력업종 수익성 후퇴

실적 뚜껑 열어보니…대기업·주력업종 수익성 후퇴

입력 2016-01-28 14:54
업데이트 2016-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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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삼성전자·현대차 주춤…정유·철강 등도 어려워

박대한 기자= 2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에쓰오일 등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 및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이번 실적 시즌의 특징은 주력기업들의 수익성 후퇴로 요약된다.

국내 기업 ‘원투펀치’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해 IT전자,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축산업 내 대표선수들마저 실적 개선 속도가 늦춰지거나 악화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 및 신흥국의 경기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 , 저유가 등의 불투명한 대외변수로 인해 올해 기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지난해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가 정작 수출에서 부진을 겪자 그 여파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속한 IT전자산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3조3천200억원, 영업이익 6조1천400억원의 실적을 올려 5분기 만에 영업이익 증가세가 꺾였다.

글로벌 IT 시장의 수요 둔화 등으로 그동안 실적 회복을 주도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DS(부품) 부문이 주춤한데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도 좀처럼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3분기에는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환율 영향(약 8천억원대)이 있었지만 4분기에는 원화 강세로 세트(완제품) 사업을 중심으로 약 4천억원 수준의 부정적 환율 영향이 발생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은 200조6천500억원으로 4년 연속 200조원을 돌파했지만 전년에 비해 외형 자체가 줄어들면서 한창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5천601억원, 영업이익 3천4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8%, 전분기 대비 18.7% 늘어나면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자동차부품사업을 관할하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가 분기 첫 흑자(97억원)를 올리고 TV와 생활가전도 선방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적의 키를 쥐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 적자를 이어가면서 본격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9천8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8분기 연속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1분기 메모리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올해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IT전자산업과 함께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4분기 실적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4조7천648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6.1% 수준인 1조5천151억원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은 사상 최대인 92조원을 달성했지만 신흥국의 통화가치 약세 등에 따른 수익성 둔화로 영업이익은 6조원대로 하락하며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경우 ‘상저하고’ 흐름을 보여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5천14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에 출시된 신형 K5와 스포티지 등 신차와 RV 차종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연간 영업이익은 2조3천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해 상반기 부진의 여파가 지속됐다.

저유가 파고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향해 달리던 정유업계도 하반기에는 주춤거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8천7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2분기 6천130억원에서 3분기 124억, 4분기 170억원 등으로 급감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본업인 정유부문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정유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도 다르지 않다.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3천520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52% 늘어났지만 2분기(5천634억원), 3분기(5천464억원)에 연속으로 5천억원을 넘던 것과 비교하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철강산업에서는 터줏대감인 포스코가 지난해 실적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와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철강업계와 달리 내수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건설업종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지난해 4분기 5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연간으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0조 클럽에 가입했고 신규 수주도 20% 가까이 늘어나 미래 일감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현대건설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천672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저유가와 경기침체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려웠지만 연간으로는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달성했다.

건설업계의 경우 지난해 주택사업이 활기를 보인데다 해외 대형공사 본격화, 원가 개선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에 이어 올해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어둡다.

지난해보다는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의 진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7% 성장 마지노선이 무너졌고 세계 경제 성장률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저유가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랠리에 나서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를 낸 상장업체 186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0조5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달 전 추정치인 31조25억원보다 3.07%나 줄어든 수준이다.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 추정치도 한달 전보다 각각 1.55%, 3.77%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4분기 주요 기업들이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는데 올해 1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당분간 기업들이 불확실한 대외 변수를 지켜보면서 긴축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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