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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쯤이야”…137㎝ 폭설에도 끄떡없는 울릉주민

“이 정도 쯤이야”…137㎝ 폭설에도 끄떡없는 울릉주민

입력 2016-01-26 22:13
업데이트 2016-01-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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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일주도로 26일 개통…일부 산간 마을은 불편 호소

“큰 눈이 내렸다고 해도 별다를 게 없어요. 평소보다 많이 왔지만 다들 폭설에는 익숙하니까요. 육지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경북 울릉군에 사는 주민에게 폭설로 불편한 점이 없었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돌아오는 답이다.

울릉도에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137.3㎝의 폭설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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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130㎝ 이상의 눈이 내린 울릉도에서 25일 주민이 지붕 위에 올라 눈을 치우고 있다. 2016.1.25 << 울릉군 제공 >>
19일부터 130㎝ 이상의 눈이 내린 울릉도에서 25일 주민이 지붕 위에 올라 눈을 치우고 있다. 2016.1.25 << 울릉군 제공 >>
울릉 일주도로 통행이 어려웠고 시내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18일부터 풍랑으로 포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마저 끊겼다.

장기간 육지에서 식료품 등이 들어오지 못해 슈퍼마켓에는 차츰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이 바닥났다.

많은 눈이 쌓여 집 밖으로 다니지도 못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울릉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눈이 오는 곳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주민도 겨울 폭설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한다.

쌀, 라면, 통조림, 부식 등을 한 달치 정도 마련하고 가스, 연탄 등 연료도 확보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울릉읍 사동리 주민 정모(54)씨는 “막말로 밥과 된장, 김치만 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며 “며칠간 밖으로 다니기 어려웠지만 다들 식량이나 연료를 쌓아두고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폭설에 한파가 겹쳤지만 피해는 거의 없다고 울릉군은 밝혔다.

수도관이 얼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터지지 않아 녹으면서 문제가 사라졌다.

대아리조트, 일부 실버타운 등에 급수가 끊겼으나 울릉군이 물을 지원했다.

지난 24일에는 울릉읍 저동리 내수전 정상 부근에 있는 한 암자 지붕에 눈이 많이 쌓였다는 신고에 따라 울릉군과 119구조대가 출동해 눈을 치웠다.

폭설이 내리면 오지 산간마을 주민은 밖에 다니기 어려워 집에 머물러야 한다.

며칠 동안 눈에 파묻혀 지내야 하는 일도 많지만 대부분 주민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오지 산간마을에는 가장 늦게 제설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다와 접한 항구 쪽보다 불편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울릉읍 저동2리 골짜기마을 10여가구 주민은 대부분 80대여서 눈이 오자 겨우 대문을 열 수 있을 정도만 눈을 치웠다.

마을 길 제설은 엄두도 못내 6일 동안 고립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 마을 주민 김동자(49·여)씨는 최근 딸 직장 문제로 읍내에 방을 얻어 나왔다.

그는 “마을에 오솔길이 있어 집에 한번 갔다왔는데 눈이 도로 가드레일 위까지 올라와 있어 그 위로 다녔다”며 “폭설로 주민 사이 왕래를 할 수 없어 전화로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군청 등에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겨울에는 육지에 나가서 자녀집이나 친척집 등에 살다가 오는 경우도 많다.

울릉군은 이런 주민이 전체 1만명 가운데 1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나리분지로 유명한 나리는 주민 33명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겨울엔 집을 비우곤 한다.

김득호 이장은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도 가장 높은 데에 있는 마을이라 낮은 항구쪽보다 눈이 더 와서 오늘 오후에야 길이 뚫렸다”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것에 다들 익숙해 육지에서 보내거나 집에서 그냥 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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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130㎝ 이상의 눈이 내린 울릉도에서 25일 주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2016.1.25 << 울릉군 제공 >>
19일부터 130㎝ 이상의 눈이 내린 울릉도에서 25일 주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2016.1.25 << 울릉군 제공 >>
26일 눈이 그치자 울릉도는 빠른 속도로 원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포항에서 여객선이 들어오면서 식품 부족 사태를 해결했다.

군은 제설차 4대, 해수살수차 5대, 청소차 5대, 덤프트럭 1대 등을 동원해 일주도로 등 간선도로와 시가지에 쌓인 눈을 치웠다.

군인, 경찰, 주민도 제설작업에 적극 동참했다.

26일 오후 현재 울릉 일주도로 통행을 모두 재개함에 따라 시내버스도 다닌다.

다만 골목길이나 차 통행이 적은 도로에는 눈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울릉군은 27일부터 도로 밖에 쌓아둔 눈을 바다로 버리고 골목길 눈을 치우는 데 온 힘을 쏟기로 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겨울마다 눈이 많이 내리다가 보니 주민과 행정당국 모두 제설에 한마음으로 나서는 것이 몸에 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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