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제주공항 혼잡 “저가항공사 비상식이 빚어낸 참극”

제주공항 혼잡 “저가항공사 비상식이 빚어낸 참극”

입력 2016-01-26 18:02
업데이트 2016-01-26 18: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재난대비 문자시스템 부재·업무 편의주의도 팽배

“처음 결항한 비행기의 승객이 대체 항공편에 제일 먼저 타는 게 상식 아닌가요.”

26일 오후, 제주공항 3층 출발장 저가항공 카운터 앞에 지난밤부터 늘어서기 시작한 긴 줄들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체류객들은 “비상식이 빚어낸 참극”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혼잡은 저가항공사들이 항공기 결항 순서에 상관없이 공항에서 기다리는 승객에게 먼저 대기표를 주면서 빚어졌다.

조금이라도 일찍 돌아가고 싶은 승객들이 너도나도 공항으로 밀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제주공항 체류객은 1만 명가량으로 활주로가 폐쇄된 전날 오후 1천700명보다 훨씬 많았다.

저가항공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대기표를 나눠준 것은 평소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일명 ‘문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않아서다.

문자 시스템이 있으면 먼저 결항한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순서대로 임시편 항공기에 자동 등록되고, 이런 상황은 승객에게 문자로 전송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대체 항공편의 출발시각을 안내받은 승객들은 공항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내 대형항공사는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저가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시스템 부재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들의 업무 편의 추구도 공항 혼잡을 불러오는데 한몫했다.

먼저 체류한 승객들에게 우선순위를 주려면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는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절차도 까다로워지는데, 현장 선착순 방식은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문자 시스템이 없어서 일일이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행여 앞 순번 손님이 자신의 사정으로 탑승을 미루면 빈자리를 메우려고 뒷 순서 손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조정해야 하는 등 번거롭기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들이 제일 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면서 “업무 편의주의가 가져온 혼잡”이라고 지적했다.

저가항공사들은 그나마 현장 선착순 방식도 매끄럽게 운용하지 못해 불만을 사고 있다.

대기표를 받더라도 현장 카운터에서 대기번호를 부르는 것을 듣지 못하면 다시 뒷번호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해 항의 소동이 벌어지곤 한다.

체류객 김모(33)씨는 “공항이 혼잡하고 시끄러운데 현장직원이 손 마이크로 안내하는 번호를 안 놓치려고 벌써 몇 시간째 아내와 교대로 카운터 주변을 서성거리며 고생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