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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코앞 30층 고층주택…서울시 입장번복 ‘논란’

북한산 코앞 30층 고층주택…서울시 입장번복 ‘논란’

입력 2016-01-26 14:21
업데이트 2016-01-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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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불허 사안, 소폭 구역 변경한 꼼수” 비판‘북한산 보존 원칙’ vs ‘임대주택 확충 공약’ 충돌

서울시가 북한산 경관을 훼손한다며 스스로 안 된다고 못 박았던 독바위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건립을 다시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은평구 불광동 독바위 역세권에 최고 30층짜리 시프트 1천446가구를 짓는 계획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려 자문하고자 부서 협의 단계를 밟고 있다.

문제는 이 계획이 과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에서 4차례나 보류·부동의(불허)된데다 무늬만 다르고 내용물은 사실상 똑같다는 것이다.

2012년 최초 접수안의 이름은 ‘불광동 독바위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이었다.

지하철 6호선 독바위역 근처 불광동 8번지에 지상 26층, 시프트 194가구를 포함한 900가구의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364%까지 확보하겠다고 구상했다.

2012년 2월 도계위에선 단번에 ‘부동의(불허)’ 결정을 내렸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사업지는 북한산국립공원과 불광근린공원에 인접한 지역이라 용도지역 변경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독바위역 주변 북한산 경관 관리를 위해 엄격한 높이 계획(간선부 30m, 이면부 20m)을 수립했으나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미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돼 더 이상의 고층·고밀 개발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원들은 전면철거식 주택 공급보다는 마을단위 주거재생사업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도 2013년 1월 역세권 시프트 도시환경정비사업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도 독바위역은 대중교통 인프라 수준이 평균 이하라 시프트를 공급할 만한 곳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현재 인프라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은평구청은 층과 가구를 줄인 새 계획을 2013년 다시 올렸다. 층수는 20층, 가구 수는 570가구로 낮추고 용도지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 용적률을 299% 확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도계위는 고민 끝에 ‘보류’하고 소위원회로 공을 넘겼다.

계획은 19층, 546가구, 용적률 279%로 다시 한 번 축소됐다. 그럼에도, 소위원회는 최고층수를 15층 이하로 낮추지 않는 한 검토 대상도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도계위는 한 차례 더 보류를 거쳐 2014년 4월, 두 번째 부동의 판정을 내렸다. 사유는 역시 북한산 경관 보호였다. 이때는 도계위 개최 사상 처음으로 투표까지 이뤄졌다. 결과는 반대 9명, 찬성 3명이었다.

2차례 부동의로 완전히 끝난 것 같았던 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사업지를 좌측으로 살짝 옮기고 100% 준주거지역을 적용하는 계획을 내 은평구가 서울시에 이를 제출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도계위에서 2차례나 부동의된 안건이 살아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심지어 층수와 가구 수는 최고 30층, 1천446가구로 확대됐다.

서울시도 은평지역에 워낙 임대주택이 없는 상황을 설명하며 일단 관계 부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과거와 달리 유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은평구는 “서울시 심의에서 2차례 부동의된 사업은 구역의 위치와 사업의 규모가 모두 다르다”며 “또 구청에서 시프트 건립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법적 요건을 갖춰 주민제안(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 담당 관계자는 “사업시행자나 주민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관 주도의 사업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사업지 역시 좌측으로 소폭만 옮겨 독바위역 인근이자 북한산 조망권에 속한다.

서울시의 또다른 내부 관계자는 “최근까지 고수해온 북한산 경관 보호 원칙과 임대주택 8만호 추가 공급 공약을 함께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북한산 보호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시가 입장을 번복해선 행정에 대한 신뢰감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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