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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산유국 정권은 휘청, 중국 ‘일대일로’는 탄력

유가 폭락에 산유국 정권은 휘청, 중국 ‘일대일로’는 탄력

입력 2016-01-21 13:54
업데이트 2016-01-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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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내 걸프지역 추가분쟁 가능성…중동·러시아 단기간 ‘공격적 외교’ 전망”“군사비 삭감 등으로 중장기적으론 중동 분쟁 줄어들 수도”시진핑 일대일로는 원자재가 하락으로 탄력…중동·유럽에서도 ‘환영’

국제유가가 20달러대를 찍는 등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국제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 영역으로까지 거대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석유에 의지해 체제를 안정시켜온 중동 산유국 정권들이 저유가로 돈줄이 말라버린 탓에 곳곳에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은 가뜩이나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 정세에 어떤 불씨를 던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반면 저유가로 인한 산유국들의 위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대외전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저유가 추세는 중동 산유국들의 정치와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저유가가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 것인가?’라는 뉴스위크의 질문에 대체로 범지구적 차원의 불안을 초래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중동 지역 내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카네기유럽’의 크리스티나 카우쉬는 “저유가는 중동에서, 특히 걸프 지역에 향후 2∼3년 동안 또다른 분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보조금과 낮은 세율, 그밖의 경제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을 달래 정권을 유지시켜온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들은 최근 저유가 여파로 식료품과 연료 등 생활물가가 올라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은 걸프국 일부가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지역에서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카우쉬는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과 극한 대립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울리히 스펙 트랜스애틀랜틱 아카데미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들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권 기반이 위협에 처하면서 훨씬 더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해당 국가들 내부에서는 심상치 않은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아직 85%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러시아는 최근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시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무마하는 게 정권의 최대 과제가 됐다고 BBC는 평가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각종 보조금을 축소하고 공공부문 임금인상폭을 줄이는 등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지난달 총선에서 야당이 17년 만에 압승을 거뒀다.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물가와 경제악화로 인한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져 지난주 시위대 수십 명이 체포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패권을 놓고 다투는 국가들의 재정능력이 위축되는 덕분에 오히려 분쟁이 가라앉고 안정이 찾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에너지안보 분야 에디터인 얀 시엔스키는 “산유국들의 수입이 축소되면서 독재자들이 국민의 저항을 억누르는 데 더욱 집중하고 대외적으로는 문제를 덜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이란과 중동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우디가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국방예산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시엔스키는 평가했다.

스펙 선임연구원도 “러시아, 이란, 사우디가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어 지역 내 안정이 찾아올 수 있다”며 이같은 전망에 동의했다.

그는 대다수 산유국이 통치 정당화를 위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펴는 경우가 잦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이 저유가로 감소함에 따라 주변국에 개입할 능력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럽과 아시아 등 석유 수입국들은 저유가 덕분에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가로지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을 추진 중인 중국이 날개를 달게 됐다는 평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주도하는 일대일로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그리스 아테네에 이르는 구간에 도로, 철도, 송유관, 항구 등의 각종 인프라를 짓는 거대 프로젝트다.

따라서 석유를 비롯해 철강, 콘크리트, 건자재 가격이 일제히 떨어진 덕분에 일대일로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석유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당 물자의 가격하락으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어 총 40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의 ‘차이나머니’ 투자를 더욱 환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침 시 주석은 사우디, 이집트, 이란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통해 일대일로 사업을 공동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협력을 성사시키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 해운회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코스코)그룹도 이날 그리스 최대 항구인 아테네 피레우스항의 지분 67%를 인수할 우선투자자로 선정돼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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