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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앞두고 은행창구서 사라진 ‘연변아줌마’

춘절 앞두고 은행창구서 사라진 ‘연변아줌마’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01-21 17:29
업데이트 2016-01-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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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중국 송금 급감/ 기업은 느는 데 왜?

이른바 ‘연변 아줌마’로 대표되는 중국동포들이 은행 창구에서 모습을 감췄다.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송금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 등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사설환전소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인근 한 시중은행 창구. 이 지점의 주된 업무는 중국 송금이지만 창구는 무척 한산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 100만원 보낼 때요? 기준환율은 5452위안이지만 최대한 우대환율 적용해 드릴 테니 일단 은행으로 나오세요.” 창구 직원의 ‘간절한’ 요청에도 전화는 뚝 끊겼다. 이 직원은 “환율을 묻는 전화만 수십 통 걸려오고 정작 손님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예년 같으면 지금은 ‘대목’ 중의 대목이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2월 6~14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곳 지점장은 “대기표를 받고 몇십 분씩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3~4명이 전부”라면서 “이 정도면 줄어든 게 아니라 씨가 말랐다고 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2년 전만 해도 이 지점의 연간 중국 송금액은 700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그 절반인 350억원에 그쳤다. 사정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은 “송금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개인의 중국 송금액은 7억 8600만 달러로 전년(10억 3200만 달러)보다 23.8%나 급감했다. 기업의 중국 송금액이 같은 기간 37.8%(246억 달러→346억 달러)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개인의 중국 송금 건수는 2014년 8만 1692건에서 2015년 6만 7104건으로 17.8% 감소했다. 회당 평균 송금액도 약 1만 2600달러에서 1만 1700달러로 900달러 줄었다.

중국동포들은 위안화 환율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송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식당 일을 하는 중국 교포 김미정(49)씨는 “위안화 가치가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이익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면서 “그렇다고 무작정 송금시기를 미룰 수만도 없어 최소한의 돈만 (중국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송금액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송금액과 건수는 꾸준히 느는 데 반해 개인 송금이 줄고 있다는 것은 은행이 아닌 다른 루트로 송금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중국교포 이일화(43)씨는 ‘다른 루트’로 사설 환전소를 지목했다. 이씨는 “은행에서 중국으로 돈을 보내면 이틀 정도 걸리지만 환전소는 30분밖에 안 걸린다”면서 “무엇보다 수수료가 은행의 3분의1정도여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대부분 사설 환전소를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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