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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아들의 시신을 훼손했나…커지는 미스터리

그는 왜 아들의 시신을 훼손했나…커지는 미스터리

입력 2016-01-20 08:39
업데이트 2016-01-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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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성향으로 분노·충동 조절 장애 가능성반복되는 폭행, 강도 세지며 아이 고통 공감능력 상실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아버지는 다른 엽기적인 사건의 흉악범과는 사뭇 다른 성향을 보였다.

우선 사이코패스 성향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 A군의 시신을 훼손한 아버지 B(34)씨는 16일 경찰의 1차 범죄심리분석(프로파일링) 조사에서 낮은 죄책감, 교활함과 범죄행위에 대한 합리화 등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진 않았다.

정신병력과 강력범죄 전과도 없다.

전과는 사기 전과 1건이 유일하다. 그는 2004년 10월 인터넷상에서 사제폭탄, 청산가리 등을 판다고 광고하고 이를 보고 연락해온 이들에게 총 43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006년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얼마 후 석방됐다.

겉으로만 보면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B씨는 2012년 11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범행을 저질렀다.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아들을 때리던 B씨는 자신의 손에 이끌려가다가 욕실에서 넘어져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약 한 달간 방치해 결국 숨지게 했다.

급기야 숨진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시신 일부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일부는 변기에 넣어 버렸다. 시신 나머지는 집 냉장고의 냉동실에 3년 넘게 보관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잔혹한 일을 저질렀을까.

B씨는 아들의 사망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신 훼손 이유에 대해 “아들이 갑자기 죽었는데 병원에 데려가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처벌이 두려워서, 마냥 방치할 수는 없어서 훼손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오원춘 사건’을 모방, B씨가 시신 훼손 수법을 학습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오원춘 사건은 2012년 4월 1일 발생, 당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A군의 결석이 시작된 날은 같은 해 4월 30일이다.

그러나 A군이 2012년 7월에도 병원에서 진료받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오원춘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에서는 그가 폭력적 게임에 중독된 나머지,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망각한 채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B씨가 2012년 초까지 PC방 매니저로 일하며 틈틈이 게임을 했다는 수사 결과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게임 중독자들이 자녀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례는 종종 있다.

2014년 3월 경북 구미에서 정모(22)씨는 PC방에 가야 하는데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생후 28개월 된 아들의 명치를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 범행 11일 뒤에는 아들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근 빌라 화단에 버렸다.

2010년 12월에는 충남 천안에서 게임에 중독된 여성(27)이 게임을 하는데 2살 난 아들이 방바닥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경찰은 그러나 B씨가 게임 중독자라고 할 정도로 게임에 빠진 것으로 보이진 않다며 그의 엽기적인 행각과 게임과의 상관관계는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희 부천 원미서 형사과장은 “B씨는 심심하면 집에서 가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그가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보도내용은 확인된 바 없고 아내도 남편이 게임하는 것 관련해서 진술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범죄심리학 관점에서 규정한 사이코패스는 아닐 수 있지만 반사회적 성향이 강하고 평소 아들에 대한 체벌이 폭행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가 일을 나가면 아들과 딸을 본인이 키웠는데 그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며 “주의력결핍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겪는 아들에게 폭행이 반복되면서 폭행 강도도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완전한 고용, 장기간 고립된 삶의 형태, 불완전한 동거 등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지닌 B씨가 충동조절이나 분노조절 능력을 서서히 잃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극단적인 지경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B씨는 정상적인 자녀관 없이 체벌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인식이 어느 순간 고착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져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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