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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버스 추락사고, 운전기사 가혹한 근무환경이 원인

日 버스 추락사고, 운전기사 가혹한 근무환경이 원인

입력 2016-01-19 15:02
업데이트 2016-01-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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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통행료 기사 부담· 수면 4시간이 고작… ‘타산지석’삼아야

최근 일본 나가노(長野)현에서 발생한 스키 관광버스 추락사고의 원인이 과로 등 운전기사의 가혹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가 일본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전세버스업계의 사정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는 국내업계에도 타산지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새벽 2시께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輕井澤) 국도 고갯길에서 스키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도로 아래로 추락해 당일 14명이 숨지고 치료를 받던 부상자 1명이 18일 밤 추가로 숨져 모두 15명이 사망했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고원인은 “구조적”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파격적으로 싼 관광상품을 구성하다 보니 원가를 줄이기 위해 운전기사에게 가혹한 근무를 강요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관광버스회사 몇 곳에서 운전기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50대의 남성은 아사히 신문에 “요금을 싸게 하다 보니 무조건 경비삭감이 첫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상에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태우는 방식으로 주차료를 아껴야 하고 고속도로 통행요금도 코스에 따라 상한선을 정해놓고 고속도로를 규정 이상으로 많이 이용해 통행요금이 상한을 초과하면 운전기사가 부담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스키투어의 경우 겨울철 연휴 등에 집중되기 때문에 새벽이나 심야운전은 물론 무거운 체인을 감고 벗기는 일, 큰 눈이 올 때는 운행코스를 바꿔야 하는 것도 운전기사에게는 큰 부담이다. 집합장소에 늦게 온 손님을 모르고 빠뜨린 채 출발하거나 잘못해서 승객을 다른 장소에 내려준 경우에는 택시비까지 운전기사에게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잠이 모자라 졸면서 운전한 적도 있다. 운행이 끝난 후에도 주유, 버스 실내청소, 세차, 운행일지 작성 등의 업무가 이어져 “다시 운전대를 잡을 때까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는게 이 운전기사의 증언이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 실시하는 점호와 음주검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스키장에 오전에 도착해 오후에 돌아올 경우 손님을 태울 때까지 몇시간의 대기시간에 선잠을 자면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또 다른 50대의 남성 운전기사는 “13-14시간 운전을 하고 운행 종료 8시간 후 다시 운전하지만, 귀가와 식사, 목욕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수면시간은 4-5시간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0년 규제완화책의 하나로 전세버스업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꾸었다. 이 바람에 2013년 등록업자 수는 4천512개사로 규제 완화 전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영세업자도 크게 늘었다. 종업원 30명 이하의 영세업자가 전체의 88%나 된다. 운전기사가 독립해 작은 회사를 차리기도 한다. 운전기사의 고령화도 두드러진다. 전세버스업계에 종사하는 운전기사 6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다. 이번 사고의 운전기사도 65세의 계약사원이었다.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버스 운전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을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의 경우 여행사가 국가가 정한 기준을 밑도는 가격에 버스회사에 운행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에 있는 한 버스회사 사장은 “사고후 여행사로부터 ‘운행요금을 전보다 올려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사측은 ”당신회사에 운행을 발주하기 위한 수수료도 올리겠다“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사실상 킥백을 요구한 것으로 ”버스회사의 수입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업자 난립으로 기준 이하로 싸게 수주하는 회사도 많다. ”회사가 망하지 않으려면 버스를 놀리기보다는 싸게라도 수주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기감사와는 별도로 과거 문제점을 지적받았던 중소 전세버스사업자에 대한 안전관리체제 긴급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관광청도 국내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중소 규모의 ‘제2종 여행업자’에 대한 입회검사를 실시해 기준 이하의 싼 비용으로 버스운행을 발주하는 행위를 막는다는 계획이지만 운전기사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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