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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법안’ 살리는 국회법 87조…6년전에 이미 ‘활용’

‘죽은법안’ 살리는 국회법 87조…6년전에 이미 ‘활용’

입력 2016-01-19 12:08
업데이트 2016-01-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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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부결돼도 본회의 부의’…與, 서비스법 등에도 한때 검토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을 개정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우회로’로 찾은 국회법 87조는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된 ‘죽은 법안도 살리는’ 법안 부활 조항이다.

이 조항은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이 부결돼 폐기 처리돼도 그로부터 7일 안에 3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면 국회 본회의에 해당 법안을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한 우리 국회에서 12(정보위)∼31명(국토교통위)의 상임위 소속 의원, 또는 이보다 인원이 더 적은 법안심사소위 소속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중요 법안이 사장(死藏)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체 의원의 의견을 묻자는 보완차원에서 마련된 조항이다.

18대 국회 시절인 지난 2010년 행정수도 이전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일명 세종시법)’ 개정안이 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폐기됐지만, 국회법 87조의 취지에 따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 65명은 본회의 부의 요구서를 통해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세종시 문제를 상임위 결정만으로 끝내려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렵사리 본회의에 부의된 세종시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과 여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결국 부결됐다.

새누리당은 약 6년 만에 국회법 87조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국회법을 바꾸기 위해 국회법 조항을 활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날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부결시킨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법안 심사기일 지정(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법안이다.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심의과정을 피해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올리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의원 3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부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지도부의 공감대 속에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전부터 준비해왔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은 당초 국회법이 아닌 다른 쟁점 법안을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본회의로 직행시키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획재정위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정보위의 테러방지법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 구성도 여당이 다수지만, 환경노동위의 노동관계법은 야당 위원장에 여야 동수 구성이라 국회법 87조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는 등 여야의 의석분포도 분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운영위를 단독으로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키고 국회법 87조를 활용해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 자체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국회에서의 의사진행 절차에 대해 규정한 국회법의 기본 취지가 여야 합의와 상호존중을 통한 의사일정 진행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런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법 정신’에는 어긋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선진화법 때문에 출구가 없으니 어떻게든 출구를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결코 아니다”며 “세종시법 개정안의 경우 상임위에서 오랫동안 논의된 끝에 부결됐지만,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과 관련,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운영위 소집은 지난 15일 여야 위원들에게 모두 공지됐고, 어제는 회의 시작 전에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운영위 개최를 재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원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야당 의원은 물론 보좌진이나 당직자 어느 누구도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국회법 개정안의 ‘폐기 후 본회의 부의’에 묵시적으로 동조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 부의요구서를 제출하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다만 의사일정 목록 작성 권한은 정 의장에게 있는 만큼, 표결 대상 법안으로 상정하는 것은 정 의장의 선택에 달렸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법을 고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언급,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돼도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상정하는 데에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일부에선 ‘본회의 부의’가 곧 ‘표결 상정’까지 포함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상정이 정 의장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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