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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성해 본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유기 사건

재구성해 본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유기 사건

입력 2016-01-17 14:28
업데이트 2016-01-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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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두달 뒤 사회에서 ‘실종’…‘장기 결석’ 4년만에 범행 드러나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냉동보관한 인면수심의 아버지는 경찰에 붙잡힌 지 사흘째인 17일까지도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전날 오후 경기지방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아버지 A(34)씨의 범죄행동을 분석중이지만 여전히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경찰 수사와 A씨 진술, 학교 측 기록 등을 종합하면 A씨의 아들 B(사망 당시 7세)군은 2012년 3월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B군은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12일 교실에서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 2벌에 색연필로 낙서를 했다.

이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B군은 4월 30일부터 학교에 아예 나오지 않았다.

피해 학생 부모의 요청으로 5월 1일 열린 학생폭력자치대책위원회는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B군의 어머니 C(34)씨는 “나는 이미 사과했다. 아이는 앞으로 집에서 교육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생활기록부에는 ‘수업 내용 이해가 빠르고 탐구 정신이 있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툼이 잦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자 학교측은 이후 5월 9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모두 반송됐다.

학교측은 5월 30일과 6월 1일 두차례에 걸쳐 B군의 주소지가 있는 부천의 주민센터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주민센터 측은 학교, 교육청 어디에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담임교사는 ‘학폭위 결과 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학생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도 B군 어머니에게 여러번 보냈다고 설명했다.

담임교사는 이후 6월 11일 1학년 부장교사와 B군의 집을 찾았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직장에서 전화받는 일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만 답했다.

결국 90일 넘게 장기결석을 한 B군은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외관리대장’에 올랐다.

아버지 A씨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지 5개월쯤 뒤인 10월 초순께 평소 목욕하기 싫어하던 아들을 씻기려고 욕실에 강제로 끌고 들어갔다.

끌어당기던 도중 아들이 앞으로 세게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는데도 그는 아들을 그대로 방치했고, 아들이 스스로 깨어난 뒤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씨는 평소에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아들을 자주 때렸다.

아무런 치료도 없이 한달 간 방치된 B군은 결국 11월 초순께 숨졌다.

A씨는 아내에게는 아들이 숨진 사실을 알린 뒤 “친정집에 가 있으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숨진 아들의 시신을 날카로운 흉기로 훼손했다. 훼손한 시신은 비닐에 넣어 집 냉장고에 냉동 상태로 보관했다.

그 뒤 묻히는 듯했던 A씨의 엽기적인 범행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게임중독 친부의 학대를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11살 소녀 사건 이후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꼬리가 밟혔다.

B군이 다녔던 초등학교 교무부장은 4년 가까이 장기결석 상태인 B군의 어머니에게 지난 1월 13일 오후 전화를 걸었다.

3년 7개월만에 학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란 어머니 C씨는 “아들이 가출해 내가 실종신고를 했다”고 답했다.

C씨는 이어 “내가 아니라 삼촌이 신고했다”, “남편 지인이 신고했다”며 말을 바꿨다.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C씨는 남편 A씨에게 “학교 관계자와 경찰이 집에 곧 찾아올 것”이라고 알렸다.

A씨는 냉동실에 있던 아들의 시신이 든 가방을 평소 알고 지내던 인천의 지인 집에 “이삿짐”이라면서 맡겨 놓았다.

경찰은 14일 오전 C씨와 딸이 거주하는 인천의 한 빌라를 찾아 C씨를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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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한 혐의를 받는 A(34)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이튿날인 15일 인천의 집 근처에서 배회하다가 추적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인천의 A씨 지인 집의 한 방에서 훼손된 B군의 시신이 든 가방을 발견했다.

경찰은 일단 B군의 어머니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아버지 A씨에 대해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괴,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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