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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넘나드는 정객…경계 허물기냐·진영 편입이냐

보수·진보 넘나드는 정객…경계 허물기냐·진영 편입이냐

입력 2016-01-17 11:12
업데이트 2016-01-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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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윤여준·정운찬·이상돈 등 진영 경계 넘나들어 전국시대 ‘유세가’에 비견돼…“‘권력바라기’” 비판도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깊어지면서 정치권 원로들의 노구(老軀)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들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경계를 넘어 경륜과 식견을 기부하는 것이라는 시선부터 권력의 향배를 따라 부초(浮草)처럼 휩쓸려 다닌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엇갈리는 것이다.

‘사면초가’ 형국에 놓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원군으로 지난 14일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에 등판한 김종인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모태’가 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투신한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 소속 전국구 의원을 3차례 지낸 정통 보수 인사였다.

이후 2004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깜짝’ 변신하더니, 2012년 대선 국면에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서 김 위원장과 함께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진영을 가로지르는 행보를 보였다.

이 명예교수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의 전신)이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일 때 비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인선이 무산됐으며, 현재까지도 야권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안철수 의원의 가칭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정권 말기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정부와 청와대에서 활약하던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을 떠났다.

그러더니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발탁되며 민주통합당에 둥지를 틀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제1차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던 2014년초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를 포기하며 ‘김한길 민주당’과 통합하자 안 의원과 결별했다가 탈당 후 다시 독자세력화에 나선 안 의원의 가칭 ‘국민의당’ 공동창준위원장을 맡아 안 의원과 재결합했다.

야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으나, 이제는 야권 분열 국면의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도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원로급으로 꼽을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박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몸담은 뒤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성식 전 의원이나 이태규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실무지원단장도 야권 재편 과정에서 주가를 높이는 과거 보수진영에 몸담은 정치인이다.

이들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중국 춘추전국시대 여러 제후국을 주유하면서 뜻을 펼치려 했던 유세가(遊說家)에 비유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나 윤 전 장관 등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정치 지도자들의 책사(策士) 또는 멘토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 대 진보’라는 이분법을 넘어 국민 통합을 지향한다는 명분, 중도층 공략으로 표의 확장성을 높이는 실리까지 갖춘 ‘양수겸장’의 카드로 볼 수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17일 “김종인 윤여준 이런 분들의 움직임을 진영논리로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 “정체성의 혼돈이라는 비판적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중도를 지향하는 흐름으로 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경계를 허무는 흐름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과거 민주대 반민주 구도의 틀을 벗어난 상황에서 가치를 지향하는 흐름이 최근 중간지대 인사들의 광폭행보를 낳은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위원장을 ‘선수’로 표현하면서 “(더민주가) ‘대어’를 가져간 것”이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행보만 놓고 보면 ‘갈지자’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국회의원 하려고 탈당·복당하는 ‘철새 정치인’은 애처롭기라도 하지만, 김 위원장 등은 그저 ‘권력 해바라기’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신 교수는 “일언반구 없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한 이들은 그에 대한 사과, 적어도 합당한 설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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