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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교통사고 친구가 뒤집어썼지만 30분뒤 자진출석…뺑소니일까

음주교통사고 친구가 뒤집어썼지만 30분뒤 자진출석…뺑소니일까

입력 2016-01-17 10:23
업데이트 2016-01-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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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미안하다!’

짧은 순간 눈빛을 교환한 친구가 순찰차에 타서 떠나는 것을 본 김모(30)씨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친구는 자기 대신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뒤집어쓰고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작년 6월 30일 자정께 서울 노원구 상계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김씨는 술에 취한 채 친구 전모씨 등 2명을 태우고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서 쓰러져 신음하는 한 남자와 찌그러진 자전거 바퀴가 시야에 들어오고서야 김씨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

김씨는 바로 119와 112에 신고하고 경찰을 기다렸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10분도 안 돼 도착했고, 경찰관이 일행에게 다가와 운전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김씨가 입을 떼려던 찰나, 갑자기 전씨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접니다.”

김씨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씨는 술을 먹지 않았기에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될 수 있었다.

친구가 순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간 후에도 김씨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얼마 안 돼 김씨는 택시를 잡아탔다. “노원경찰서로 갑시다.” 친구에게 넘기기엔 너무 큰 짐이었다.

택시 안에서 김씨는 전씨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미안하다. 부모님을 저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네가 좀 와주라.’

경찰서에 도착한 김씨는 이실직고하고 음주측정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가 경찰관에게 바로 자신이 사고 차량을 몰았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30여분을 지체한 것을 검찰이 뺑소니로 간주한 것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에 더불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 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김창현 판사는 뺑소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판사는 “김씨가 경찰관에게 자신이 사고 차량을 운전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김씨가 도주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김씨가 직접 사고를 신고했고 현장을 떠나지 않은 채 계속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으며, 이후 직접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온 점도 참작했다.

전씨에 대해서는 “경찰을 속일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김씨를 딱하게 여겨 우발적으로 호의를 베풀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186%로 음주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극히 위험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피해자의 부상이 심하지 않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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