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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은 이란 정부에도 ‘독’

국제 유가 하락은 이란 정부에도 ‘독’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1-17 19:20
업데이트 2016-01-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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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4위 원유 생산 대국인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이란 정부의 균형재정 유지에도 독(毒)이 되는데다, 이란의 원유 생산시설이 낙후돼 급격한 원유 증산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이란 이슈’가 이미 유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17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에선 이란의 원유 증산이 국제적인 원유 공급 과잉을 부추겨 유가를 더욱 끌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은 지난해 7월 이란과 핵 합의(포괄적 행동계획)를 이끌어내고 이에 따른 약속 이행을 확인한 뒤 전날 제재 해제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우선 현재 유가에 이란 관련 이슈가 반영돼 낙폭이 우려했던 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브렌다 샤퍼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때 대부분의 위협 요인이 시장에 반영됐다”면서 “이란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큰 폭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유가는 지난해 30% 하락한 뒤 올해 초 다시 20%나 떨어졌다. 2014년 7월의 고점과 비교하면 무려 7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이는 이란의 원유 증산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고 이에 따른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란의 증산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추가로 하루 50만배럴씩 증산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포렉스닷컴의 포와드 라자카다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하루 50만 배럴까지 원유를 증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후로는 생산시설 노후라는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며 “시설 개량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시설 개량을 위해 해외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당면한 국제 유가와의 모순된 상황도 마음껏 증산에 나설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이란은 원유를 더 많이 수출할수록 유가가 하락해 균형재정 달성이 요원해진다. 이란의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유가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130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 뿐만이 아니다. 베네수엘라(160달러), 러시아(110달러), 사우디아라비아(90달러) 등 주요 원유 생산국은 이미 배럴당 손익분기점에 한참 뒤떨어진 유가 탓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재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가는 정권 안정의 위협 요소로 작용 중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슈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2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으나 그 이하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란의 현재 일일 원유 생산량은 280만 배럴 수준이다. 이를 경제 제재 해제 일주일 이내에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고 6개월 안에 하루 100만 배럴을 더 늘릴 것이라는 게 이란 정부의 목표다. 계획대로 증산되면 이란은 제재 직전 하루 생산량인 400만 배럴을 넘어서게 된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9%를 지닌 이란은 2012년까지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정치적 충돌을 빚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원유 감산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데일리메일은 종파 문제로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지만 반대로 팽배한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같은 OPEC 회원국인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 이후의 원유 증산이 유가 하락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전 원유 생산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 항변하고 있다.

 한편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향후 국제유가의 흐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이 원유 공급을 확대할 경우 국제 유가는 상당기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16일 영국 BBC는 이란이 일주일 이내에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고 6개월 안에 하루 100만 배럴을 더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머니도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을 인터뷰해 올 연말까지 일일 생산량이 150만 배럴 늘어난 하루 평균 43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궤도에 오르면 국제 유가는 더욱 강한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동안의 분석이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5.7% 하락한 배럴당 29.42달러에 거래를 마쳐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과 분쟁 중인 최대 산유국 사우디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 유가 반등에 대한 기대는 이미 꺾인 상태다. 이에 따라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유가의 저점을 확신할 수 없다며, 배럴 당 10달러 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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