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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응팔’ 드라마 보고 뒤늦게 아쉬워하는 사연

대한항공 ‘응팔’ 드라마 보고 뒤늦게 아쉬워하는 사연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1-17 16:30
업데이트 2016-01-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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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복고 바람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16일 20화를 끝으로 종영됐습니다. 시청률, 수익면에서 케이블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응팔 효과’에 편승한 기업들도 함박 웃음입니다. 응팔 간접광고(PPL)에 적극 나선 롯데제과(가나초콜릿), 하이트진로(크라운맥주) 등은 복고 마케팅으로 쏠쏠한 제품 광고 효과를 누렸다고 합니다.

‘응답하라 1988’ 성덕선(혜리)의 승무원 복장. 출처=혜리 인스타그램
‘응답하라 1988’ 성덕선(혜리)의 승무원 복장. 출처=혜리 인스타그램
 하지만 모두가 웃고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대한항공 얘기입니다. 지난 8일 응팔 17화부터 여주인공 덕선 역(혜리 분)이 승무원이 돼 나옵니다. 진한 감색의 재킷, 스커트에 흰색의 블라우스 등 대한항공이 1991년부터 14년 넘게 사용한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데 극중 대사에서 대한항공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안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2월 응팔 제작진은 대한항공에 장소(비행기 내부)와 승무원 복장 협찬을 요청했습니다. 시나리오는 극비에 붙이는 관계로 공개할 수 없지만 촬영 협조를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시간이 급박하고 어떤 식으로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비행기를 제공했는데 주인공이 돌발 행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만 강조될 수 있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입니다.

 응팔 제작진은 승무원 복장을 자체 조달할 수밖에 없었고, 비행기 내부 촬영은 없던 일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17화 시청률은 드라마 최고 시청률 20%를 기록했습니다. 그 다음 18화에서도 시청률 20%가 나왔습니다. 이를 본 대한항공은 뒤늦게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드라마 제작진으로부터의 PPL 요구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광고·마케팅 방향과 맞지 않는 제안을 매번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이번 요청이 PPL도 아니고 단순 협조였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 가 봤니’란 광고로 히트를 친 대한항공의 (광고) 감각이 떨어졌다고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일까요.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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