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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신영복, 시대의 스승이 남기고 간 책들

故신영복, 시대의 스승이 남기고 간 책들

입력 2016-01-16 16:56
업데이트 2016-01-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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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고통을 사색으로 승화시킨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 타계했다. 75세, 그는 ‘감옥없는 하늘’로 훨훨 날아갔다. 그의 저서와 강의엔 ‘사색’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주옥같은 문장들은 동시대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건네는 위안이고 지혜였다. 고인의 문장들, 그리고 남겨진 책들을 살펴보며 고인을 추억해 본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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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돌베개 | 1998.08.1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돌베개 | 1998.08.15


◆나무야나무야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 이겠습니까? 없어도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마구 잘라내고 있는가 하면 아예 사람을 잘라내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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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돌베개 | 1996.09.12
나무야 나무야 | 돌베개 | 1996.09.12


◆더불어숲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세모의 한파와 함께 다시 어둡고 엄혹한 곤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곤경이 비록 우리들이 이룩해 놓은 크고 작은 달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다만 통절한 깨달음 하나만이라도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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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 돌베개 | 2015.12.07
더불어숲 | 돌베개 | 2015.12.07


◆강의

“감옥에서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유년 시절에서부터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에 대해서 반성하게 됩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동양고전 강독은 사실 감옥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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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돌베개 | 2004.12.11
강의 | 돌베개 | 2004.12.11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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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02.01
처음처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02.01


◆청구회 추억

“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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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 돌베개 | 2008.07.30
청구회 추억 | 돌베개 | 2008.07.30


◆변방을 찾아서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사회 문화 속에 구조화되어 있는 경우라면 최소한 그 사회는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한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우리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가를 깨닫는 일이다. 유일한 위로라면 그러한 자각이 그나마 가능한 공간이 바로 변방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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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 돌베개 | 2012.05.21
변방을 찾아서 | 돌베개 | 2012.05.21


◆담론

“내가 (교도소에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 길어야 2시간밖에 못 쬐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 겨울 독방의 햇볕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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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돌베개 | 2015.04.20
담론 | 돌베개 | 2015.04.20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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