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날수록 힘들다…재판 빨리 끝내달라”
‘트렁크 살인사건’ 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피해자 유족이 “어떻게 사람을 죽여놓고선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며 피고인 김일곤(49)을 향해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김씨는 지난해 10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모(당시 35·여)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강도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주씨의 시신은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1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하현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피해자의 여동생 주모(35·여)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그간 세 차례 공판에서 김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겠다거나,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계기가 된 ‘영등포 폭행사건’을 먼저 재조사 해달라는 등 궤변을 늘어놓으며 재판 진행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주씨는 “(김씨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며 너무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변호사들이 김씨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 주씨의 생일은 12월 25일이었다고 한다. 주씨는 “남들은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하면서 보냈는데…”라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주씨는 “아무리 억울해도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니는 한 아이의 어머니였고 우리 부모님의 딸이었다”라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날까지 모든 공판에서 방청석을 지킨 주씨는 이어 “재판이 한 달에 한 번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힘들다”며 “유가족 마음을 헤아려 재판을 빨리 진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 부장판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벌해야 함을 헤아려 달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씨의 태도는 이날 공판에서도 변함없이 당당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영등포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를 몰던 A씨와 차선 문제로 다퉜는데, 당시 경찰은 김씨는 기소 의견으로, A씨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A씨를 살해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씨에 대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영등포 사건에 대한 정식 재판이 지난달 끝났는데, 법원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없애줘야 할 직분을 저버렸다”고 큰소리쳤다.
김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은 내달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