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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아들의 그릇된 변명…“노모 편하게 해 드리려고”

패륜아들의 그릇된 변명…“노모 편하게 해 드리려고”

입력 2016-01-15 14:11
업데이트 2016-01-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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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모 숨지게 하고서 자수 50대 아들 구속영장

“구순((九旬)의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편하게 해 드리려고…”

지난 14일 오전. 강원 철원의 한 병원 장례식장.

올해로 92세인 노모가 밤사이 세상을 떠나자 슬하의 2남 2녀 자녀가 하나둘씩 장례식장으로 모여들었다.

노모의 장례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노모는 허리디스크와 심장질환을 오랜 기간 앓고 있었다. 이 때문에 거동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노모의 집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큰아들이 살고 있었지만, 생업으로 좀처럼 돌보기가 쉽지 않았다.

4남매는 노모가 오랜 지병으로 고생했지만, 천수를 누리고 밤사이 주무시다가 편안히 눈을 감은 것으로 생각했다.

노모의 시신을 영안실에 안치하고서 ‘부고(訃告)’를 내려는 순간.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 편하게 해 드렸다.” 침묵을 지키던 작은아들(52)이 나지막이 말했다.

형제·자매들은 그 자리에서 할 말을 잃었다.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알린 것도 작은아들이었다.

경기도에서 사는 작은아들은 지난 13일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큰 형과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노모의 지병으로 형제·자매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전화통화 하면서 전해들었던 얘기였다.

술을 마시고 오후 10시께 큰 형과 헤어진 작은아들은 노모의 집으로 갔다. 노모는 자고 있었다.

이튿날 오전 2시. 작은아들은 잠을 자는 노모의 얼굴에 이불을 덮고서 목을 눌렀다.

날이 밝아 술이 깬 작은아들은 간밤에 저지른 자신의 행동을 자책했지만 이미 저지른 패륜은 돌이킬 수 없었다.

작은아들은 오전 10시께 큰 형에게 전화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모를 영안실에 안치하고서야 작은아들은 형제·자매에게 노모의 사망이 자연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큰형을 비롯한 형제·자매는 자수를 권유했다.

작은아들의 신고를 받고 영안실을 찾아간 경찰은 숨진 노모의 목 부위에 상처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관상으로도 질식사 소견이 뚜렷해 보였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장례절차도 일시 중지됐다.

작은아들의 자백과 ‘목 졸림 질식사’라는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작은아들의 구속영장을 15일 신청할 방침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은 “신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존귀한 생명을 앗을 수는 없다”며 “노모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저질러진 작은아들의 행위는 범죄이자,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이라고 씁쓸해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원도 내에서 발생한 존속 관련 범죄는 모두 83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존속 살해 4건, 존속상해치사 1건, 존속 폭행 39건, 존속 상해 36건, 존속 협박 3건 등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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