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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 사업장마다 다르다

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 사업장마다 다르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6-01-14 23:02
업데이트 2016-01-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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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불구 엇갈리는 판례 왜

부산고법 민사1부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명절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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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이 중요한 것은 퇴직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명칭’의 급여라도 소송 사례마다 법원의 판단이 다른 것은 기업체마다 다양한 임금체계와 지급 관행을 갖고 있어서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뒤 정기상여금의 성격을 둘러싼 소송이 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전에는 기본급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생각했는데, 대법원 판결 이후 상여금이 통상임금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통상임금의 기준을 ▲정기성(정기적으로 지급하는가) ▲일률성(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가) ▲고정성(업적 등 추가 조건 없이 지급하는가) 등 3가지로 제시했다. 이 3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다.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더라도 “회사가 어려우면 소급분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청구권이 제한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불가피성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신의칙’에 대해서는 혼란이 계속돼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현재 노사 간에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고정성’의 인정 여부다. 고정성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업적이나 성과 등 다른 추가적인 조건 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사전에 확정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판례는 기업의 급여 지급 대상 기준 중에 ‘현재 재직 중 근로자’라는 조건이 있다면 고정성에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건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명절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상여금 지급 대상을 ‘명절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홈플러스 파트타임과 풀타임 근로자 61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명절상여금과 성과급은 “지급하는 날 재직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에서 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급여를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고 규정하더라도 회사가 그동안 중도 퇴직자에게 일정 비율의 명절상여금을 지급했다면 법원은 예외적으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부산지법은 2014년 르노삼성자동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퇴직 근로자에게도 근로일수에 따라 상여금을 줬기 때문이다.

다만 신의칙의 경우 ‘기업이 정말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현대중공업 사건과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 근로자가 낸 소송에서 법원은 1, 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한 판사는 14일 “신의칙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사들도 상당히 고심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1-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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