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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블로그] ‘성추행 상사’ 유죄판결 났지만 떠난 건 피해자

[현장 블로그] ‘성추행 상사’ 유죄판결 났지만 떠난 건 피해자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1-14 23:02
업데이트 2016-01-1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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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지난 13일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A씨는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 자신의 직속 부하 여직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과 신체적 접촉을 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습니다.

형량은 높지 않았지만 유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검사나 피해자 측은 크게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피해 당사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측 이은의 변호사는 “만에 하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감당하지 못할 절망감에 휩싸일까 봐, 그게 염려스러워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4년 말 발생한 ‘국가인권위원회 성추행’ 사건입니다. 다른 기관도 아닌 인권위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인권위가 사후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사이 피해자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별것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시선들이 꽂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A씨가 사내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것도 큰 부담이 됐다고 합니다. 결국 피해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른 정부 부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유죄판결을 받은 A씨는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면 피해자는 다시 한번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받은 성적 굴욕감 때문에 변호인에게 재판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당당하게 항소심 재판을 받아들이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를 떠나 피해자가 더이상의 큰 고통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1-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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