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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정전사고에 누리꾼 고양이 퇴치 논쟁 재점화

‘길냥이’ 정전사고에 누리꾼 고양이 퇴치 논쟁 재점화

입력 2016-01-14 15:30
업데이트 2016-01-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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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 추위 피한 대가로 2천 가구 주민 심야에 ‘덜덜’

한파가 몰아쳐 서울 도심에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저마다 따뜻한 실내를 찾아 뛰어들어가는 통에 길거리는 한산하고 실내는 북적인다.

사람처럼 길고양이도 마찬가지로 주택가 골목길에서 종적을 감춘 듯하다. 고양이들도 어렴풋하게나마 온기가 감도는 곳을 찾아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서 “고양이가 울거나 쓰레기를 파헤치는 게 보기 싫다”며 길고양이에게 활을 쐈다가 경찰에 붙잡힌 김모(45)씨 같은 극성인 사람도 겨울에는 화낼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겨울 길고양이는 다른 대형 사고를 종종 친다. 바로 ‘정전’이다.

고양이가 따뜻한 곳을 찾느라 배전설비로 기어들어갔다가 감전을 당해 스스로도 화를 입고 일대에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13일 오후 8시께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발생한 정전 사태도 고양이 때문으로 밝혀졌다. 약 2천 가구에 달하는 주민들은 오후 11시40분께 전기가 돌아올 때까지 3시간 넘게 어둠과 추위에 떨었다.

14일 온라인상에서는 이 때문에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용인 캣맘 사건’을 연상시키는 논란이다.

정전 사태 초기 댓글란에서는 길고양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과 “고양이는 죄가 없다”는 옹호 목소리가 팽팽히 맞섰다.

비난 댓글을 단 이들은 “고양이 밥 주는 사람들 법으로 처벌해라”, “길고양이는 무조건 잡아서 폐사 처리를 해야 한다”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전기가 끊겨 난방이 안 돼서 이불 둘러쓰고 자는 애들을 보니까 고양이한테 너무 화가 났다”고 털어놓았다.

고양이가 배선실에 들어가게 내버려둔 경비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댓글도 상당수 붙였다.

한 네티즌은 “중요한 설비라면 애초에 고양이 정도 크기 동물은 들어갈 수 없도록 장치를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댓글 대다수는 애꿎은 길고양이를 놓고 네티즌끼리 소모적인 갑론을박을 벌일 것이 아니라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고양이가 겨울 심야 시간에 추위를 피하려고 수전반에 숨어들었다가 일대 정전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전국 각지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2014년 11월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고양이가 수전설비에 합선을 일으키는 바람에 새벽 시간에 전기가 끊겨 약 1천 가구가 불편을 겪는 일이 있었다.

울산·온산석유화학공단과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에서도 고양이가 변전설비에 들어갔다가 정전 사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

드문 경우지만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수억원대 손해를 입기 때문에 일부 공단은 ‘구서(驅鼠) 퇴치반’을 운영해 쥐나 고양이를 잡거나 쫓는 업무를 따로 보게 한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 중성화수술(TNR)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이미 도시 생태계가 사람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길고양이를 위해서도 TNR로 점차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다만 길고양이를 마냥 적대적으로 대하는 인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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