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품에 안겨 숨거둔 암컷 캥거루…“사람처럼 해석하는 것은 순진”

수컷 캥거루가 죽어가는 암컷 캥거루를 계속 껴안으려 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퍼지면서 많은 이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러나 이 수컷 캥거루는 짝의 죽음을 애도한 것이 아니라 짝짓기를 시도하려던 것뿐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오전 호주 퀸즐랜드주 프레이저 섬 인근 해안마을 리버헤즈의 숲 속에서 산책 중이던 주민 에번 스위처는 일가족처럼 보이는 캥거루들을 목격했다.

잔디에 쓰러져 죽어가는 암컷 캥거루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비통해하는 것 같은 수컷 캥거루와 새끼 캥거루의 모습이 보였다.

‘캥거루 일가족’의 마지막을 렌즈에 담은 스위처는 “수컷 캥거루 한 마리가 암컷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며 “수컷은 암컷을 일으켜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피려고 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말했다.

이어 “수컷이 암컷을 일으켜 세웠지만, 암컷은 일어나지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며 “수컷은 암컷을 쿡 찔러보기도 하고 곁을 계속 지켰다”고 설명했다.

수컷 품에 안겨 죽어가던 순간에도 암컷 캥거루의 시선은 아기 캥거루만을 향했다.

스위처가 찍은 사진 속 암컷 캥거루는 영락없는 어미의 모습처럼 보인다.

힘없이 앞발을 들어 올려 마지막으로 새끼를 안아주려던 암컷은 끝내 새끼를 품어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암컷이 숨을 거뒀지만, 수컷 캥거루는 계속 암컷의 목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미 캥거루를 내내 바라만 보던 새끼 캥거루도 숨진 어미를 조심스레 앞발로 어루만졌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갑자기 벌떡 일어선 수컷 캥거루와 새끼는 곁에 다가오려는 다른 캥거루들을 쫓아내며 보호 태세를 취했다.

10여 년 넘게 이 동네에서 매일 두 차례씩 산책을 해온 스위처는 이처럼 슬픈 ‘캥거루 가족’의 마지막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모든 장면을 지켜본 스위처는 “길에서 죽은 캥거루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이런 비통한 장면은 처음 본다”며 “수컷은 숨진 암컷의 사체를 지키려고 다른 캥거루들을 쫓아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컷 캥거루가 애도가 아니라 짝짓기를 시도하던 중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를 애도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순진한 의인화”라고 지적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

호주박물관의 마크 엘드리지 박사는 캥거루가 애도를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이 사진에서 수컷의 음낭, 젖은 앞발 등 신체적 특징을 볼 때 짝짓기를 하려다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당황하고 좌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드니 대학의 데릭 스필먼은 “수컷이 암컷을 상대로 짝짓기를 하려던 것이었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심지어 암컷과 짝짓기하려던 수컷들의 싸움 때문에 암컷이 죽음에 이르렀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는 사진 속 수컷이 다른 수컷들로부터 암컷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경쟁이 격렬해져 심각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구애 대상에 대한 신체적 학대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암컷이 짝짓기를 거부할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