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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개구리’ 日대학, 1000억엔 부어 돈 되는 기술로 점프

‘연구실 개구리’ 日대학, 1000억엔 부어 돈 되는 기술로 점프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1-12 23:52
업데이트 2016-01-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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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탄탄 신약개발 사업화 시동

일본 대학이 변하고 있다. 순수 기초기술 연구에 전념하던 대학들이 벤처투자펀드 규모를 늘리며 대학발(發) 벤처 붐을 주도하고 있다. 학내에 벤처 전용 투자펀드와 투자 지원기구들을 속속 설립하면서 벤처펀드 조성액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대학의 공격적인 벤처투자를 통해 부진한 경제를 타개하자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기초기술 연구를 제대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대한 자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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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일본 주요 대학의 벤처펀드 규모는 1000억엔(약 1조 300억원)대 수준이며 이는 전년도의 2.6배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전했다. 이과대·의대·공과대 교수, 연구원 등 전문 지식을 축적한 전문가 집단이 벤처를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대학에 대형 벤처투자펀드가 잇달아 발족하고 있다. ‘노벨상의 산실’로 불리는 일본 기초과학의 메카 교토대는 지난 4일 160억엔 규모의 ‘1호 펀드’를 설립했다. 오사카대, 도호쿠대에 이어 공적자금을 활용한 세 번째 국립대 벤처 전용 펀드다.

교토대는 튼튼한 기초과학 기반과 학풍을 반영하듯 재생 의료, 신약 개발 등 사업화에 긴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운용 기간도 일반보다는 긴 15년이다. 자금을 운용할 교토대 이노베이션캐피탈 측은 “1개 투자 대상에 약 3억엔씩의 투자를 연 10건 정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대도 문부과학성 등 정부의 벤처투자펀드 지원금 417억엔을 활용해 수백억엔대의 펀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 이과대는 2월 40억엔 규모의 펀드를 설립한다. 로봇이나 에너지, 농업 등 폭넓은 분야의 연구 성과를 가진 도쿄대는 주요 대기업과 함께 해마다 5개 안팎 분야에 투자처를 넓혀 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명문 지방국립대인 오사카대와 도호쿠대도 공격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대학 벤처의 선구자라는 오사카대는 벤처기업 마이크로파화학에 3억엔을 출자하고,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유화제 양산공장의 연내 건설 및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호쿠대도 지난해 말 11월 에너지 절약 성능을 높이는 특수 합금을 다루는 동북마그넷협회에 출자했다.

명문 사립대의 대표 주자인 게이오대도 국립대에 질세라 지난해 12월 노무라홀딩스(HD)와 벤처펀드를 설립, 올 상반기부터 30억엔가량을 첨단 기술과 지적 재산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학발 벤처투자 및 전용 펀드 설립 붐에는 정부 추진력이 크게 작용했다. 2014년 시행된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소위 ‘빅4’라는 도쿄대·교토대·오사카대·도호쿠대 등 대학이 벤처펀드로 활용할 1000억엔의 자금을 마련해 놓고 지원하고 있다.

대학 벤처 전용 펀드의 활성화는 민간 벤처기업이 하기 어렵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첨단 기술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 첨단에 서 있는 대학과 전문가들이 선택해 투자하는 만큼 옥석 구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교토대 이노베이션캐피탈 측은 “대학 벤처는 일반 민간 벤처기업에 비해 판단이 어려운 첨단 기술의 평가가 용이하고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법인 벤처기업센터의 이치카와 류지 이사장은 “대학의 벤처 전용 펀드 규모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민간 벤처펀드 총액인 1조 6426억엔(약 16조 9200억원)의 16분의1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 벤처펀드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걸 보여준다. 향후 대학 벤처 전용 펀드에 어떻게 경영 감각을 불어넣느냐도 관건이다. 사업화를 위한 지적 재산 평가 시스템 등을 갖추고 보다 공격적으로 상업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와 벤처업계는 재생 의료, 로봇, 인공지능, 신소재 및 이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연결하는 사이버 연구 등 첨단 연구 성과를 상업화, 실용화하는 데 대학 벤처펀드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1-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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