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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이 철새 서식 행태도 바꿔…‘남쪽으로 안내려가’

‘따뜻한 겨울’이 철새 서식 행태도 바꿔…‘남쪽으로 안내려가’

입력 2016-01-12 09:04
업데이트 2016-01-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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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기착지인 천수만·철원평야는 증가…영암호·주남저수지는 감소

요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인근 강원도 철원평야 주변에서는 잔뜩 긴장한 주민들의 표정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 발표에 따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지만, 이곳을 찾은 수천마리의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연일 군무를 하며 하늘을 수놓고 있다.

더구나 올해 겨울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재두루미가 철원평야를 떠나지 않은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좋은 서식환경을 버리고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철새가 따뜻한 지역으로 남하하는 것은 풍부한 먹이와 편안한 휴식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겨울은 이상고온 때문에 굳이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그런 조건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엘리뇨 현상에 따른 이상고온이 한반도의 철새 서식지도를 바꿔 놓았다.

한국물새네트워크와 한국조류보호협회가 최근 철원평야 철새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월동중인 재두루미가 4천여마리로 예년(2천마리) 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다.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10∼11께 철원평야를 찾은 재두루미는 12월이나 이듬해 1월 기온이 떨어지면 남하하는데, 올해는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월동 개체수가 예년보다 많다”며 “날씨가 추워지면 남하하는 쇠기러기도 올해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충남 서산간척지(천수만)도 마찬가지다.

서간간척지에는 요즘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두루미, 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등 10여종의 철새 10만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예년 이맘때 6만마리에 비해 절반 이상 늘어난 것이다.

철새 생태공원인 서산버드랜드의 이 용 운영팀장은 “볏짚 존치와 먹이주기 행사로 간척지의 먹이가 풍부한 데다 철새 놀이터인 인근의 담수호(간월호·부남호)도 얼지 않아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남과 경남지역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월동하는 철새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남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기러기류는 6천여마리로 지난해 이맘때 8천여마리에 비해 30% 이상 줄은 것으로 관측됐다.

해남군 영암호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도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고온 때문에 철새들이 중간기착지인 서산간척지와 금강하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를 찾은 철새도 하루 평균 1만여마리로 지난해 이맘때 2만여마리에 비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기온이 계속되는 데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봄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 수문을 닫으면서 수위가 높아진 것이 철새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조류 전문가인 공주대 조삼래 교수(생명과학과)수는 “이상고온 현상이 한반도의 철새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먹이 등 좋은 서식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철새 특성상 푹한 날씨가 지역간 이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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