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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노총, 합의 깨고 대안 없는 투쟁나서선 안돼

[사설] 한노총, 합의 깨고 대안 없는 투쟁나서선 안돼

입력 2016-01-11 21:20
업데이트 2016-01-1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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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어제 ‘9·15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고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려던 결정을 일단 19일로 미뤘다.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대타협이 파탄 났다”면서 “파기 선언과 노사정 탈퇴는 정부 대응을 본 뒤 19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18일 만에 대타협을 사실상 깬 것이다. 대타협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 경제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뒀던 터다. 그런 까닭에 대타협 파기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증시 급락, 불안한 중동 정세, 미국의 금리 인하 등의 악재투성이 속에서도 버티는 한국 경제의 힘을 빼고 짓누르는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노동개혁은 동력을 잃고,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은 한층 격화될 게 뻔하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내놓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 초안과 함께 5대 노동개혁 법안을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 탈퇴의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노총은 양대 지침과 관련해 “협의한다는 합의에 맞도록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확정하는 일은 없다”면서 노동계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주문한 상태다. 발표 당시 정부의 대응은 서툴렀다. 분명한 점은 확정이 아닌 초안이라는 사실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대화 중단이다. 새해 들어 열린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와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스스로 약속을 깨는 수순을 밟은 셈이다.

양대 지침에 대해서는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도 마뜩잖다. 노동계는 정리해고나 징계해고가 만연한 상황에서 일반해고 지침이 시행되면 낮은 성과를 핑계 삼아 일상적 해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회사 측을 위한 ‘쉬운 해고’라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오히려 해고 근거, 평가, 훈련 기회 및 전환 배치 등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 해고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맞대응 초안을 갖고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절충안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와 맞상대해야지 판을 깰 형국이 아니다. 대타협을 백지화하는 행태는 비열하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노총의 노사정 탈퇴는 노동개혁의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격이다. 근로기준법, 기간제근로법, 파견근로법 등 5대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양대 지침도 발목이 잡혔다. 법안이나 지침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노동 현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기업 경영활동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신규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지는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어려워서다. 한국노총은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공감대 아래 이뤄진 대타협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합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안 없는 투쟁도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계와의 대화 채널 없이는 노동개혁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만큼 설득에 인내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정부나 노동계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2016-01-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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