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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선택> 시진핑의 대북제재 딜레마…북한 너머 미국 견제

<중국의 선택> 시진핑의 대북제재 딜레마…북한 너머 미국 견제

입력 2016-01-11 14:01
업데이트 2016-01-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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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 우려 소극적 제재로 선회한듯…미중 전략경쟁 관계 반영

중국이 자국의 반대에도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신경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자국도 피해를 보거나 위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북중관계의 신국면이 전개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이어 G2 반열에 오른 만큼 국제사회에 비쳐지는 모습에 대해서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만큼, 북한을 ‘혈맹’이라며 무조건 감싸고 돌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당국이 핵실험 직후 격앙된 표현으로 비판적 지적을 쏟아냈다가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안이 논의되자 점차 각국의 냉정을 주문하며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중국은 전략적 판단에 비롯된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긴장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원유 공급중단 등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지난 6일 핵실험 강행 발효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국 정부당국은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인 식당 운영, 노동자 송출 등 대중사업에 제한을 두고 동북3성의 방사능 환경오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수준의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에 대한 생명줄이랄 수 있는 원유 공급을 끊을 경우 북한 정권의 붕괴, 이어 대규모 탈북난민의 유입으로 이어져 전략적으로나 내부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을 잃고 잠재적으로 미국 영향력이 발휘되는 ‘통합 한반도’가 구축될 경우 한반도내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미군과 압록강 국경에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중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여전하지만 중국이 ‘전략적 자산’이자 ‘완충지대’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신형 대국관계를 주창하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개편하려는 중국으로선 동북아 판도의 안정적 운용이 긴요하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북한문제에서 제재수위와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 극단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을 완전 방치하거나 북한정권을 붕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제재는 북한 지도부에 고통을 주는 수준에 그치고 북한에 위기나 동란을 초래하는 고강도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에 혼란이 생기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 동북아 정세를 크게 흔들어 장기적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G2 경쟁국인 미국이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카드를 쥐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북한 카드밖에 없다는 점도 중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로 칭한 북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북한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전략포석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가 가속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10일 미군의 전략무기 ‘B-52’ 장거리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로 이어지자 상당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1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것은 동북아지역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근육자랑을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북한의 핵실험이 일본의 군사력 확대로 이어지는 것도 꺼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따라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포함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한국이 가입하게 되는 상황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밀월’ 관계로 판단한 한국의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중국 역할론’만을 강조하며 압박해오는 한국측 요구에 적잖은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근 상하이 둥화(東華)대 교수는 “최근 만나본 중국 당국자들이 왜 한국은 중국에만 대북원조 중단만을 얘기하고 미국에는 북한 핵문제의 가장 빠른 해결책인 북미협상 재개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한국으로선 미국에 맞서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도의 외교전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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