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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넘던 도둑들 SNS에서 ‘빈집 물색’…절도도 진화한다

담 넘던 도둑들 SNS에서 ‘빈집 물색’…절도도 진화한다

입력 2016-01-11 11:42
업데이트 2016-01-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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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월담’…80년대 다가구주택 ‘벽 타기’…90년대 ‘아파트 털기’ 2000년대 IT기술 발달로 디지털 보안장치 늘자 도둑도 ‘스마트化’

작년 7월 26일 서울 광장시장의 한 이불 매장에서 상인이 지갑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바로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에 들어갔다.

매장 내 CCTV에서 매장 주인이 다른 손님을 상대하는 틈을 타 중년 여성이 지갑을 가로채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그 이후 CCTV 분석은 난관에 부닥쳤다. 이 여성이 범행 후 어디에서 무엇을 타고 갔는지 수사팀은 도통 알 수 없었다.

결국 한달여뒤 겨우 붙잡힌 소매치기범 김모(55·여)씨는 시장 주변 CCTV를 피한 경위에 대해 “CCTV에 찍히지 않으려고 시장에서 2개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목적지 전에 미리 하차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이제는 절도범이 현장에 지문이나 DNA 정보 등을 남기지 않으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결국 거리 곳곳에 있는 CCTV를 피하지 못해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도둑들도 손 놓고 당하지는 않는다. CCTV 추적을 피하려고 대중교통을 수차례 갈아타거나 이동 도중 옷을 갈아입는 ‘변복’도 이제는 상식으로 통한다.

이처럼 서로 쫓고 쫓기는 경찰과 도둑들은 각자 상황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은 시대에 맞춰 진화한다.

연합뉴스는 20∼30년 경력의 서울 주요 경찰서의 강력계 형사들 인터뷰를 통해 절도 수법의 시대별 변화상을 짚어봤다.

◇ 1980∼1990년대 : 고층 많아지면서 벽 타고 복도 누벼

베테랑 경찰관들은 절도 수법의 진화는 주택 유형의 변화 양상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30여년 경력의 한 경찰관은 “1970년대까지는 담벼락을 넘는 고전적인 수법, 즉 ‘월담’이 절도 수법의 대부분이었으나 1980년대 수도권에 건축 붐이 불면서 3층 내외의 다가구주택이 확산하자 도둑들이 벽을 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층 건물이 급증했지만 방범 수준은 그에 따라가지 못해 고층일수록 잠금장치가 허술했고, 이 점을 노린 절도범들은 가스 배관 등을 타고 건물 외벽을 올라가 창문을 통해 침입 절도를 했다.

이런 유형의 절도는 개발이 덜 된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지금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 아파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택 유형이 됐고 도둑들은 아파트를 터는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낮 시간대에 주부가 혼자 집에 있는 동안 환기를 하려고 열어놓은 현관문을 통해 들어가거나, 문이 닫혀 있으면 현관 우유 투입구에 지팡이나 우산을 집어넣어 잠금장치를 푸는 방식의 침입 절도가 횡행했다.

휴가철 현관문 앞에 우유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도둑들이 빈집인 것을 눈치 채니 조심하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 2000∼2010년대 : 디지털도어록·CCTV 많아지자 도둑도 ‘스마트化’

200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자 도둑들은 디지털 보안장치를 뚫는 법을 개발하는 한편 최근에는 스마트기기까지 절도에 활용하고 있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디지털 도어록이 보편화하자 절도범들은 디지털 장치에 금속 물질을 집어넣고 충격을 일으켜 도어록을 고장 내고 현관문을 여는 수법을 개발해 냈다.

하지만 전자기기와 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CCTV 발전을 가져왔다. 경찰들은 이제 “CCTV가 절도 등 각종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한다. 급속히 늘어난 CCTV와 화질 개선 덕에 절도 검거율은 과거보다 대폭 높아졌다.

절도범들도 이에 질세라 CCTV 추적을 피하는 수법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주택가 일대에서 상습 절도한 혐의로 구속된 장모(44)씨는 범행장소 인근 CCTV 사각지대를 찾아놓고서 범행 직후 그곳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택시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일선 경찰관은 “장씨와 같이 CCTV 추적을 피하려고 범행 장소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다 몇 정거장 앞에 내려 걸어와서는 범행 후 달아날 때는 택시를 서너대씩 갈아타는 등 경찰의 CCTV 추적을 따돌리려고 꼼수를 부리는 도둑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하자 이를 통해 범행 대상을 찾는 도둑도 생겼다.

최근 인천 남부경찰서는 SNS에서 친구 부부가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집 방충망을 뜯고 침입해 귀금속을 훔친 김모(20·여)씨를 붙잡았다.

2013년에는 포털사이트 지도 서비스를 통해 경기 북부 일대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아파트나 빌라를 파악해 절도 행각을 벌인 박모(41)씨가 검거되기도 했다.

과거 도둑들이 주택가 골목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경찰관들이 전했다.

CCTV 등 절도법 추적 기술이 빠르게 진화한 덕분에 절도범 검거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1∼10월 발생한 강·절도 사건의 검거 건수는 재작년 대비 16.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CCTV가 기본적으로 사건 발생 후 추적을 위한 ‘사후적’ 성격의 장비지만 CCTV 설치만으로도 해당 지역에 강력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사전적’ 효과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들은 “방범 장치가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주민 개개인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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