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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고 두렵다”…차별·고용불안에 떠는 기간제 선생님

“서럽고 두렵다”…차별·고용불안에 떠는 기간제 선생님

입력 2016-01-11 09:36
업데이트 2016-01-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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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술 취해 폭언…신분 때문에 학교에 문제제기 못해”“학생뿐 아니라 같은 교사들 사이의 차별 시선 더 서러워”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A씨는 얼마 전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교내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담임으로서 당연히 징계 결정내용을 학부모에게 전달했는데 이 학부모가 밤에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 “기간제 교사 주제에 어디에다 대고 입바른 소리를 하느냐”며 폭언을 한 것이다.

A 교사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지만, 학교에서 별다른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명백한 교권 침해로 생각돼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괜히 소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볼 것 같아 두려웠다”며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이 큰 기간제 신세라는 게 무척 서러웠다”고 말했다.

임용고시를 통과해 현재 공립 중학교에서 정규직 교사로 근무하는 B씨는 정교사로 임용되기 전 5년가량을 사립학교 몇 군데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담임교사가 개인 사정으로 잠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임시로 담임을 맡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담임 수당을 B씨에게 주지 않고 원래의 담임교사에게 지급했다.

B 교사는 “비정규직이고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라 항의하지도 못했다”며 “원래 정교사가 되겠다는 욕심이 크지 않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임용고시를 준비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학교에서도 기간제 교사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더 잘해주려고 한다.

서울의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한 정규직 교사는 “주위에 친하게 지내는 기간제 여교사는 출산을 하면 경력이 단절돼 나중에 기간제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질까봐 출산을 망설이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정규직 여교사들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최근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한 일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애환’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실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들을 상대로 폭언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심각한 교권침해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다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에 따른 고용 불안, 자신감 부족, 과중한 업무, 일부 학생과 학부모, 정규직 교사들의 차별 시선 등을 기간제 교사들은 힘겨워하고 있다.

특히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은 기간제 교사들의 마음 한쪽 편을 짓누르는 커다란 돌덩이다.

A 교사는 “요즘은 기간제 교사 처우가 좋아졌지만, 결국 정규직이 아니므로 계약이 지속돼야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재계약 여부에 대한 불안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빗자루 폭행’을 당한 경기도 이천의 기간제 교사가 사안을 적극적으로 문제삼지 않은 것도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는 처지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기간제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임용고시를 통과하는 것이 ‘바늘구멍’이라지만, 기간제 교사 자리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졸 취업난이 극심한데다 기간제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장이나 교감 등과의 인맥이 있어야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기 쉽다거나 과중한 업무를 줘도 하소연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은 기간제 교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얘기다.

한 초등교사는 “기간제 교사들은 아무래도 학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며 “잘 보여야 또 불러주는데 일감을 과도하게 몰아주더라도 군소리 없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기간제 교사도 “학기초 업무분장을 할 때 정교사들이 기피하고 남은 힘든 업무를 기간제 교사가 떠안는 경우가 많다”며 “말만 기간제 교사지 정규 교사가 하는 일 이상의 많은 업무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규직 교사가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담임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간제 담임교사 비율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 기간제 교사 4만2천여명 중 담임을 맡은 교사는 2만1천521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전체 담임교사 23만5천219명 중 기간제 교사는 9.1%다. 전국 시·도 중에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중학교 담임교사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기간제 교사로 집계됐다.

보이지 않는 차별의 시선도 기간제 교사들을 더 서럽게 만든다.

일부 중·고등학생은 자신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가 기간제 교사라는 것을 알고 “곧 나갈 선생님인데 굳이 정을 줄 필요가 있냐”는 식으로 말해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서울 한 중학교의 기간제 교사 C씨는 “학생들이 교사가 기간제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정규 교사들보다 아무래도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기간제 여교사에게 ‘어이, 강사!’라고 부르거나 ‘기간제’라는 꼬리표를 붙여 놀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학교 분위기에 따라 일부 텃새가 심한 학교에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기간제 교사를 배척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C 교사는 “학생들은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고 쳐도 교사 사회에서 차별을 할 때는 참 서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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