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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존엄사 지켜줄 의료인프라·문화 갖춰야

[사설] 존엄사 지켜줄 의료인프라·문화 갖춰야

입력 2016-01-10 18:18
업데이트 2016-01-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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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는 이른바 ‘웰다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018년부터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의료가 중단될 수 있다. 무의미한 치료에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존엄사의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치다. 법안은 연명의료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의학적 시술에 국한했다. 환자는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의사는 해당 분야 전문가 1명과 논의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다고 판단되면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의사 능력이 없는 환자라도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의료가 중단된다.

반대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지만 존엄사 인정은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요구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작업에는 죽음과 삶이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누구나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으며 사회제도가 그것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지난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이 조사한 세계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80개국 중 18위였다. 전체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완화의료와 치료의 질을 따지는 점수는 낮았다. 완화의료를 받고 삶을 마감하는 환자 수는 선진국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생의 마무리에 완화의료는 기본 덕목이다. 연명치료 대신 누구든 원하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 해 전체 사망자의 약 20%가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웰다잉법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법 시행까지 남은 2년 동안 준비할 일들이 많다. 지난해 7월부터 호스피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 말고는 존엄사를 배려하는 사회장치는 턱없이 미비하다. 호스피스 시설부터 태부족이다. 전국 완화의료 전문기관 60곳을 통틀어 호스피스 병상이라야 1000여개 수준이다.

국회가 법안을 늑장 처리한 통에 예산도 잡아놓지 못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록기관 확보,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서식 정비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관련 인프라를 손질하는 일이 급하다. 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과 함께 존엄사에 대한 국민 이해를 돕는 작업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국민 모두가 웰다잉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성숙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2016-0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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