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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행복하지 않은 원숭이, 재주 넘지 않아요

[포토 다큐] 행복하지 않은 원숭이, 재주 넘지 않아요

강성남 기자
입력 2016-01-10 22:58
업데이트 2016-01-1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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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申年 원숭이학교를 가다

12간지 중 9번째로 등장하는 원숭이는 지혜와 꾀가 뛰어난 동물로 알려졌다.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일본 원숭이 공연팀이 해체되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원숭이 집단 공연팀으로 유명한 전북 부안군 상서면 원숭이학교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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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없는 휴관일에 강만주 조련사가 담당하는 원숭이와 산책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능숙한 조련사는 원숭이 소리만으로 어느 정도 그들의 의사와 기분을 파악한다고 한다.
관람객이 없는 휴관일에 강만주 조련사가 담당하는 원숭이와 산책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능숙한 조련사는 원숭이 소리만으로 어느 정도 그들의 의사와 기분을 파악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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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작은 방사장에서 살지만 원숭이가족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높은 곳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본능을 잃지 않고 있다.
비록 작은 방사장에서 살지만 원숭이가족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높은 곳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본능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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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 간에 복종과 친밀감의 표시로 하는 그루밍(털 고르는 행위)을 조련사에게 하고 있다.
원숭이들 간에 복종과 친밀감의 표시로 하는 그루밍(털 고르는 행위)을 조련사에게 하고 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이렇게 이어지는 노래를 기억한다. 이 노래와 함께 기억 속에는 시골 장날 장돌뱅이가 끌고 나와 호객을 위해 재주를 넘거나 창경원 우리 안에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불쌍한 원숭이들이 있다.

대부분 경기도 일산 공연을 위해 상경하고 일부 직원들이 남은 동물을 돌보고 있는 원숭이학교는 썰렁했다. 약속한 강만주 조련사는 작년 연말에 원숭이 사진을 찍겠다고 방문한 기자들과 달리 뒤늦게 온 우리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맞이한다. “동물단체에서 우리 실체와 다르게 얘기를 해서 걱정이 많다.” 애지중지 키우는 원숭이를 마구 다룬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무척 억울하다는 얘기다. 공연을 위해 어느 정도 체벌을 동반한 훈련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을 만나 보세요 사랑을 받는 아이들인지, 매 맞는 아이들인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숭이들이 행복해야 조련사도 행복하고 그런 상태에서 공연을 해야 보는 관객들도 행복합니다. 원숭이가 조련사의 사랑을 못 느끼거나 조련사가 원숭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연은 불가능합니다”라며 10년 동안 원숭이 함께 지내며 느낀 희로애락을 얘기한다. 산책 나온 원숭이가 조련사에게 뛰어올라 조련사 머리를 매만지며 친밀한 동료에게만 한다는 ‘그루밍’(털 고르는 행위)을 해 준다. 공연에서 볼 수 없는 그들의 세계는 따뜻했다.

원숭이를 높이 올려 멀리 보여주면 본능에 따라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핀다.
원숭이를 높이 올려 멀리 보여주면 본능에 따라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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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학교 공연 중 최고 난도 묘기인 오토바이 타기를 하는 원숭이는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다.
원숭이학교 공연 중 최고 난도 묘기인 오토바이 타기를 하는 원숭이는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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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팀에서 능청스러움을 담당하는 원숭이, 틈만 나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 관객들을 웃긴다.
공연팀에서 능청스러움을 담당하는 원숭이, 틈만 나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 관객들을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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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의 표정과 연기, 교장선생님의 입담으로 관객들은 공연 내내 즐거운 표정이다.
원숭이들의 표정과 연기, 교장선생님의 입담으로 관객들은 공연 내내 즐거운 표정이다.
12년 만에 돌아온 원숭이해에 원숭이학교 공연팀은 바쁜 대목을 맞이했다. 일산 호수공원 특설 무대에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담 너머 로비까지 들린다. 전직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원숭이학교 정비원 교장선생님과 공연팀 원숭이들이 벌이는 수업시간 공연이 단연 인기다. 원숭이들의 약속된 퍼포먼스와 교장선생님의 구수한 입담이 배꼽을 잡게 한다. 서커스에서 보는 화려하거나 무리한 퍼포먼스는 없다. 신호와 음악에 맞춘 원숭이의 단순 반응과 이를 재미있게 해설하는 교장선생님의 입담이 있을 뿐이다. 서커스에서 보는 슬픈 원숭이와 어린 시절 봤던 불쌍한 원숭이가 없어서 좋다. 그래도 공연은 원숭이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동물애호단체의 지적도 맞는 얘기가 있어요. 원숭이들의 건강과 생활환경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며 공연 후 교장선생님은 무대 뒤에서 원숭이 한 마리, 한 마리를 안아주며 살핀다.

조련사들이 원숭이 사회와 특성을 이해하듯이 인간 사회도 서로 차이를 이해하며 얕은꾀보다는 깊은 지혜로 붉은 원숭이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라며 어린 원숭이를 쓰다듬어 본다.

글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 @seoul.co.kr
2016-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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