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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탱크’ 최경주 “마스터스 전에 꼭 한번 우승하겠다”

다시 뛰는 ‘탱크’ 최경주 “마스터스 전에 꼭 한번 우승하겠다”

입력 2016-01-10 10:29
업데이트 2016-01-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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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코칭스태프 “하고 싶다”…“남은 인생은 후배 양성에”

한국 골프의 간판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컵 사냥에 다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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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탱크’ 최경주 ”마스터스 전에 꼭 한번 우승하겠다”
다시 뛰는 ’탱크’ 최경주 ”마스터스 전에 꼭 한번 우승하겠다” 한국 골프의 간판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가 10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컵 사냥에 다시 나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0월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 일찌감치 겨울훈련을 시작한 최경주는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주니어 선수들과 20일 동안 합동 전지훈련을 치르고 10일 미국 하와이에 입성했다.

최경주는 오는 15일부터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에 출전한다. 2016년 첫 대회다.

중국 광저우에서 미국 하와이로 가는 길에 하루 한국에 머문 최경주를 최경주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프레지던츠컵 부단장 때보다 더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최경주는 “작년에는 너무 경황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투어에 전념할 여건이 안됐다”고 운을 뗐다.

지난 시즌 최경주는 상금랭킹 161위에 그쳐 가을 잔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12년 동안 빠짐없이 출전했던 마스터스도 작년에는 결석했다.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이후 4년 동안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최경주는 “큰아들 호준이 대학 입시 뒷바라지에 여름 내내 매달렸다고 가을에는 프레지던츠컵 때문에 한마디로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7주 동안 정성을 쏟아부은 여름 강행군 덕에 호준은 바라는 대학에 합격했고 프레지던츠컵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한시름 돌렸으니 올해는 다시 뛰겠다는 각오 아래 두달 넘게 단내가 나도록 몸을 만들고 샷을 가다듬었다.

최경주는 “이제 선수의 본질을 찾아야 할 때”라면서 “올해 목표는 우승 한번 이상”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신도 있다고 했다.

“솔직히 비거리가 젊은 선수들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건 맞다”는 최경주는 “아이언, 쇼트게임, 퍼팅 세가지면 우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최경주는 지난 2년 동안 퍼팅이 좋지 않았다. 이번 중국 전지훈련에서 퍼팅을 바로 잡았다. 나흘 동안 연습 라운드에서 20언더파를 쳤다고 자랑했다. 그렇게 안 들어가던 5미터 안팎 거리의 버디 퍼트가 쏙쏙 들어가고 지난 2년 동안 걸핏하면 놓쳤던 1.5미터 거리 파퍼트는 거의 실수가 없었다.

최경주는 “우승해야 할 이유는 많다”고 말했다.

우선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다. 그는 “마스터스 열리기 전에 우승해서 마스터스 출전권 따겠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하면 이제 영영 못 나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도 세월의 힘을 의식하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PGA투어 챔피언 최경주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 피홍배 초대 최경주재단 이사장을 꼭 한번 마스터스에 모시고 가려 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다 보니 아직 모시지 못했다’는 최경주는 “올해 꼭 모시겠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이유를 최경주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 나이가 40대 후반이다. 한국에 와보니 40대가 흔들린다고 한다. 힘들다고 하더라. 한국의 40대 남자들에게 힘과 영감을 주고 싶다”

PGA투어에서 그는 ‘10승 달성’과 ‘명예의 전당 입회’를 목표를 삼고 있다. “선수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 아니냐”는 그는 “일단 올해 1승은 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경주의 올해 각오가 남다른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올림픽이다.

“무조건 리우데자이네루에 간다”고 그는 못박았다. “감독이든 코치든 맡아서 가고 싶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은 최경주는 코칭 스태프로 선임이 안 되면 선수로 출전하겠다는 각오다.

“7월 전에 우승 두번 하면 올림픽 출전권 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최경주의 눈빛은 유난히 강렬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보다는 역시 코칭 스태프로 참가하는게 순리라고 여긴다.

그는 “올림픽에서 코칭 스태프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PGA투어에서는 연습장에서도 기 싸움이 있다. 돌아가는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가야 한다. 이런 사람이 코칭 스태프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날 것”이라는게 최경주의 생각이다.

프레지던츠컵을 겪어보니 그런 생각이 더 커졌다고 한다.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으로 뛰었던 최경주는 “내가 투어 17년차 아니냐”면서 “미국 선수들도 나한테는 함부로 못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프레지던츠컵 최종일 마지막 매치에서 무릎을 꿇은 배상문에 대해 최경주는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다”면서 “닉 프라이스 단장이 그날 마지막 매치에 배상문을 배치하길래 말리고 싶었는데 시간도 촉박하게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최경주는 배상문이 입대하기 전에 “잘 다녀오라”고 전화로 격려해줬다.

그는 “배상문이 제대하고 PGA투어에 복귀하면 서른한살인데 나는 서른한살에 처음 PGA투어 무대를 밟았다”면서 “복귀하고 나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최경주는 시니어투어 진출 준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쉰살이 되면 미국 시니어투어에 갈 생각”이라는 그는 “돈 벌러 가는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내가 한국인 첫 PGA투어 선수다. 시니어 투어에서도 한국인 첫 선수가 되야지 않겠나”는 최경주는 “내가 PGA투어에 오자 후배들이 따라왔다. 시니어투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서 길을 닦겠다. 쉰살 넘어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경주가 세운 인생의 목표는 사실 따로 있다.

최경주는 “내 인생의 목표는 훌륭한 골프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년 째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후진 양성이다.

최경주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골프 지망생을 선발해 장학금도 주고 직접 지도해주는 사업을 6년째 계속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 전지훈련에는 꼭 동행해 꿈나무 선수들과 동고동락한다.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얘기할 때엔 최경주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는 “돈은 이제 안 벌어도 된다. PGA투어는 선수 복지가 아주 잘 되어 있어 은퇴 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울 게 없다”면서 “훌륭한 후배 골프 선수를 키우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훌륭한 골프 선수’가 어떤 선수냐고 묻자 “골프도 잘 쳐야 하지만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키워낸 후배가 PGA투어에 진출해서 메이저대회 우승하는 걸출한 선수가 되지는 않아도 ‘최경주한테 배워서 사람 됨됨이가 다르다’는 칭찬을 듣는다면 만족할 것”이라는 최경주는 그래서 꿈나무 주니어 선수들을 선발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다.

최경주가 꿈나무 주니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건 ‘공부’와 ‘성실’, 그리고‘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는 학업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가 아니라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지식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고 최경주는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이번 중국 전지훈련에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이 소개한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니어 골프 선수 형제’를 데려갔다. 그는 “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렬했던 아이들이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최경주는 막내아들을 골프 선수로 키우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최경주의 큰아들 호준은 대학 골프부에서 뛸 계획이지만 장래 희망은 사업가다. 대학에서 전공도 경영학이다. 올해 열네살인 맏딸 신영은 취미나 특기 삼아 골프를 가르칠 생각이다.

열두살이 된 막내아들 강준(12)은 골프채를 쥔 지 2년 됐는데 벌써 이븐파도 친다.

최경주는 “지역 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근성도 있고 의욕도 있어서 선수로 키울 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틀 최경주’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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