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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주워 보험 들 사람 있겠나” 저소득 실버보험은 ‘탁상행정’

“폐지 주워 보험 들 사람 있겠나” 저소득 실버보험은 ‘탁상행정’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01-07 22:38
업데이트 2016-01-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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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새 가입자 84명 불과… 차상위계층 가려내기 만만찮아

금융 당국이 지난해 10월 서민금융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저소득층 실버보험’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 12개 보험사가 뛰어들었지만 신청 건수는 두 달간 고작 80여건에 불과하다. 보험업계는 “차상위계층 이하가 대상자인데 폐지 주워 암보험 들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볼멘소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6일 서민과 취약계층을 돕는다며 ‘서민금융 신상품 3종 세트’를 내놨다. 이 중 하나가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차상위계층) 고령자에게 보장성 보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실버보험’이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 기존에 들었던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한해 일시적으로 돈을 못 내 연체가 되면 미소금융재단이 이를 대신 내준다는 내용이다. 2~5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해당되며 10만원 한도로 1년간 지원한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흥국화재 등 12개 보험사가 참여했다.

당국은 당초 5000명 정도가 혜택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청자 수는 84명에 불과하다. 보험사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대상자 자체가 적고 파악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사가 대상자를 발굴해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지원 신청을 하면 재단이 보험료를 내는 구조인데 기본적으로 ‘차상위계층’을 가려내기가 만만찮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령과 연체 사실 파악은 가능하지만 소득 여부는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면서 “65세 이상의 계약 실효 위기자 800여명을 찾았지만 이 중 차상위계층을 알 수 없어 모두 문자 메시지와 안내장을 보냈더니 ‘기분 나쁘다’는 항의까지 받았다”고 털어놨다.

애초 대상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먹고살기 팍팍하면 보험부터 깨는 게 통상적인 관행인데 누가 얼마나 보험을 유지하려 들겠느냐는 것이다.

되레 재산을 다른 데로 빼돌린 ‘무늬만 차상위계층’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보험업계는 “보건복지부가 차상위계층 명단을 추려 주면 보험 가입자와 직접 대조해 신청률을 높일 수 있지만 복지부가 개인정보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결국 전시행정이 된 셈인데 (그런데도 당국이) 보험사만 닦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측은 “보험설계사가 관리하는 65세 이상 노인 가입자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보험) 실효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제도를 소개하도록 교육 중이지만 (설계사가 많아) 시간이 걸린다”면서 “앞으로 복지부를 통해 차상위계층에 대한 실버보험 홍보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6-01-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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