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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北中접경 단둥 긴장감…식당가 북한손님 ‘실종’

<르포> 北中접경 단둥 긴장감…식당가 북한손님 ‘실종’

입력 2016-01-07 09:50
업데이트 2016-01-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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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거리 식당·가게 한산…“목함지뢰 도발 이후 긴장 최고조”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부터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접경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식당·가게에 북한사람들의 발길을 뚝 끊겼다.

7일 단둥 열차역 부근에 조성된 ‘고려촌’(한국·북한 민속거리)에 있는 음식점과 가게 주인과 종업원들에 따르면 핵실험 발표 후 단골 북한 손님들이 찾지 않고 종일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민속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선족 박모씨는 “오늘 낮 북한방송에서 핵실험을 발표한 뒤 북한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예전 핵실험 때 중국인들이 북한과 북한사람에게 곱지않은 눈길을 던진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찾은 한 순댓국집은 다른 날 같으면 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단체손님이 여러 팀 방문하는 시간이었으나 손님이 없어 종업원들끼리 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민속거리 주변 현지인들은 북한사람들이 상부의 지시를 받은 탓인지 외출을 자제하고 각자의 숙소 주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단둥 시내 얼징제(二經街) 부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북한 무역일꾼은 ‘오늘 바깥출입을 자제했느냐’는 질문에 “알 것 없다”면서 “호텔에도 식당이 있고 안에서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고 답했다.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단둥 시내에도 외견상 고요한 분위기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둥은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데다가 무역일꾼 등 수천명의 북한사람이 상주하고 있어 ‘북한동향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북한의 ‘수소탄’ 개발 소식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압록강대교가 보이는 중롄(中聯)호텔 로비에서 만난 중국인 사업가 장(張)모씨는 “조선(북한의 중국식 명칭)이 수소탄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때문에 중조(中朝·중국과 북한)관계가 경색되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피곤해진다”며 “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해야하는데 양쪽 당국에서 이것저것 따지고 엄격하게 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신의주 맞은편 단둥 압록강변 공원엔 평소 산책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북적댔으나 이날따라 오가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공원 한구석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집단으로 춤을 춰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던 광장무(廣場舞) 회원들도 보기 힘들었다.

상류에서 대교 쪽으로 조깅하던 시민 류(劉·36)모씨는 “저녁이 늦었지만 예전같으면 수백명이 몰려 나오는 시간인데 오늘은 매우 조용하다”며 “날씨가 쌀쌀해지고 조선에서 이상한 소식(핵실험 실시)도 들려와서 그런지 흥겨움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라 불리는 압록강대교는 겉보기에 튼튼해 보이지만 일제 강점기인 1937년 건설된 탓에 노후화를 피할 수 없어 작년 9월과 10월 잇따라 보수공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현지 한 소식통은 “전통적 우호관계이던 북·중 양국이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압록강대교가 상징하는 듯 하다”고 촌평했다.

대교 길건너편은 바로 단둥해관(세관) 앞 네거리이다. 이곳에 있는 해관은 대낮이면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생필품 등을 보내려는 북한인 사업가와 보따리장수들이 몰려드는 장소이다.

해관 앞 4차선 도로의 맨 가장자리 차선은 역시 북한으로 향하는 대형트럭과 승합차가 줄을 서 통관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업무시간이 종료된 탓에 한산했다.

친구들과 함께 해관 앞을 지나던 스(石)씨는 “뉴스에서 (핵실험)얘기를 들었는데 말썽꾸러기 이웃이 바로 강 너머에 있다는 사실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이번에 개발했다는 ‘수소탄’ 위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단둥 현지의 한 소식통은 “작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사태 당시 남북한 당국의 날카로운 대립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까봐 긴장이 극에 달했다”며 이번 수소탄 실험도 당시에 못지않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이날 랴오닝성 성도 선양(瀋陽)과 단둥을 오가는 고속열차는 평소와 다름없이 70% 정도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운행됐다. 열차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별다른 동요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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