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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이란편’…사우디 사형 반대·이란과 관계회복 기대 반영

유럽은 ‘이란편’…사우디 사형 반대·이란과 관계회복 기대 반영

입력 2016-01-05 15:23
업데이트 2016-01-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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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위기 근원인 중동정세에 대한 사우디 역할에 대한 의구심 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과 관련해 유럽 사회에서 사우디보다는 이란에 대한 동정적인 시각이 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내에 사형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한데다 이란과 핵협상 타결 후 유럽과 이란 관계가 화해 분위기에 있으며 유럽 난민위기의 근원인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에서 사우디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4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유럽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일반 여론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정치인을 비롯한 엘리트 계층이 언론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시한 의견을 보면 상당수 유럽인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사우디를 탓하고 있다.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서 사우디의 처형은 지역 안정에 좋은 징조가 아니며 이란과의 단교 선언은 명백하게 나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이 외교공관을 보호할 의무를 심각하게 저버렸다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 정부는 비판에 더 신중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NYT는 분석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번 사형 집행을 규탄한다고 밝혔고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처형은 이미 중동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힌 종파 갈등을 더욱 키우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주요 무기 공급국인 영국은 외무장관이 아니라 차관이 성명을 낼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영국은 이란이 사우디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막지 못한 점을 비판하면서도 사형제도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는 영국 정부가 사우디 처형에 대해 너무 미지근하게 반응했다면서 “그런 잔혹행위를 눈감아 넘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사설에서 프랑스가 사우디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중이었다는 점을 환기했다.

중동지역 종파간 갈등의 권위자인 발리 R 나스르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장은 이번 사태에서 서방이 이란 쪽으로 의견이 쏠려 있으며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이 이란과 관계 회복을 바라는 영향도 일부 있다고 진단했다.

나스르 원장은 “유럽과 미국은 사우디인들이 이란과의 화해를 원하지 않으며 지역 현안을 논의할 때 이란을 배제하고 싶어하고 이란을 자극해 서방과의 관계가 어긋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는 사우디에서 시작됐고 사우디 정부는 이를 빠르게 관계 단절에 이용했다”며 “(시리아 사태에 대한) 빈 회의와 같은 넓은 역내 약속이 끝났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이란에 대한 동정론의 배경에는 사형은 물론이고 태형과 같이 심한 신체적 처벌 대한 반대 여론이 있다. 앞서 사우디 블로거가 이슬람을 모욕한 죄로 태형 1천대를 선고받은 일은 유럽에서 큰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

중동지역 문제에 사우디 역할이 중대하고 유럽산 무기와 상품에 사우디가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사우디가 보수적 수니사상 와하비즘과 살라피즘 전도자들을 지원해 수니파 사상의 극단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유럽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핵협상 타결 이후 유럽과 관계 개선 중이며 시리아 사태 종식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지원자인 이란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미국 저먼마셜펀드(GMF)의 기욤 자비에-벤더는 “유럽의 일반인들에게는 처형 자체가 역겨운 일이고 정책 결정자들은 탄력이 붙은 유럽과 이란의 긴장완화를 놓치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이제까지 핵 협상 이행에 비교적 충실했고 내달 선거도 예정돼 있다”며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너무나 잘 되고 있었던 셈으로, 이제 사우디가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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