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해도 자기자본은 8조원이 안 됩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자기자본 28조원)이나 미국의 골드만삭스(97조원)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용환(왼쪽) 농협금융 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 회장을 최근 사석에서 만나 ‘세 가지’를 잊지 말라고 했답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수출입은행장도 지낸 김 회장은 해외 파트너들을 만날 때마다 ‘왜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IB가 없을까’를 고민했다네요. 김 회장이 생각하는 글로벌 IB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바로 돈(자본력), 경험, 사람입니다. 미래에셋의 자본력은 해외 IB들과 견주어 아직 초라합니다. 경험도 마찬가집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홍콩에 자산운용법인을 세워 해외 부동산 투자에선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광활한 IB의 세계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 내세울 자산은 ‘사람’뿐입니다.
김 회장은 “한국처럼 자본력과 경험이 일천한 상황에선 ‘맨땅에 헤딩’하듯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개척하는 것, 즉 발로 뛰는 영업이야말로 해외 진출 성공의 유일한 키워드”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비단 미래에셋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해당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나 교민들만 상대하면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박수치던 것이 우리 금융권의 현주소여서죠. 현지 시장의 진입 장벽이나 우리 정부의 지원 부족 등 현실적인 난관도 많지만 금융권 스스로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 봤는지 한번쯤은 돌아볼 일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1-0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