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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아 ♥ 목욕 하자~” 혼자 노는 사람들

“돌멩아 ♥ 목욕 하자~” 혼자 노는 사람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1-05 00:02
업데이트 2016-01-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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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27·여)씨는 얼마 전부터 ‘애완돌(石)’을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 지름 8㎝ 내외의 평범한 돌멩이지만 이름도 붙여 주고 목욕도 시켜 주는 등 반려동물처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동물을 기르고 싶었으나 생활 여건 때문에 망설였다는 박씨는 “정도 많이 들고 의외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김모(28·여)씨는 컬러링북 ‘마니아’다. 김씨가 지난해 틈틈이 완성한 컬러링북만 5권이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색칠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완성하면 보람도 느껴지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컬러링북이 대중화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로의 완성품을 공유하는 재미도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PC게임 등 과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혼자 놀기’ 문화가 최근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일색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성향으로 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중장년층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유층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흑백의 도안에 직접 색을 입히는 ‘컬러링북’이나 문학작품을 필사하는 ‘라이팅북’은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라이팅북은 에세이, 소설, 영어 성경 등 저변이 넓어 중장년층의 참여가 많다. 김모(41)씨는 “시 구절 한 자 한 자 베껴 적다 보면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고 사색의 시간으로 자연스레 들어간다”고 말했다.

애완돌은 최근 들어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돌멩이에 전용 하우스, 브러시 등 케어용품까지 갖추고 있는 ‘애완돌 세트’는 개당 1만 5000원대다.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 애완돌 판매업체의 월별 판매량은 지난해 8월 50여개에서 12월 260여개로 늘었다. 실제 애완돌 향유자들은 돌을 목욕시키고 회사에 함께 가며 식당에 데려간다. 둥지처럼 생긴 애완돌 집에는 크리스마스 패키지 등도 나온다. 애완돌은 게리 달이라는 미국 청년이 10센트짜리 돌을 4달러에 판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6개월 만에 150만개가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대한 좌절의 반작용으로 통제 가능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4일 “많은 사람이 현실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완성하는 작품이나 무생물처럼 자신이 완벽히 우위에 서는 취미에서 기쁨을 찾으려 한다”며 “객체로서 관람해야 하는 디지털문화 대신 자신이 주체가 돼 결실을 만드는 아날로그 문화에 끌리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0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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