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대 국회 불명예 씻을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사설] 19대 국회 불명예 씻을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입력 2016-01-03 20:58
업데이트 2016-01-0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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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평행선 대치만 이어 가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들과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더구나 여야는 올해 총선을 치를 ‘선거구 실종’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도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정쟁에 눈이 어두워 민생을 돌보지 못하는 구태를 탈피하지 못하는 꼴이다. 12월 임시국회는 오는 8일 종료된다. 부디 19대 국회가 밀린 숙제를 마무리해 사상 최악이라는 오명을 씻기를 바랄 뿐이다.

1987년 5년 단임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개헌한 이래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됐다. 이제 국민 누구도 ‘장기 독재’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는 갈수록 퇴행하는 느낌이다. 비타협적 무한 정쟁은 19대 국회 들어 최고조에 이르렀다. 법안 통과율은 역대 어느 국회에 비해 낮았다. 해외 토픽감인 회의장 내 몸싸움을 막으려고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은 총선에서 진 소수당에 법안 결재권을 부여하는 기현상을 초래했다. 무능한 다수 여당과 국정 발목 잡기로 일관한 소수 야당이 합작해 지난 4년간 국회를 뇌사 상태로 빠뜨리다시피 했다. 세상은 지식과 정보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초연결 사회로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정책을 입법하는 권한을 쥔 우리 국회는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가 작금의 ‘입법 비상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나 한지 궁금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노 진영의 탈당 사태로,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간 물밑 공천룰 갈등으로 양당 지도부도 쟁점 법안 협상에는 당력을 쏟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벌써 마음이 총선 표밭에 가 있는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느라 정신이 없다. 오는 14일부터 총선일까지 의정보고회를 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회의장이 결단하지 않는 한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 핵심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19대 국회에서 미아처럼 떠돌다가 폐기될 참이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인 연말까지 20대 국회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해 새해 벽두부터 전국 246개 선거구가 법적으론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도 여야는 태연하다.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 대부분이 신년 연휴 중에도 없어진 선거구에서 표밭갈이에 여념이 없다는 소식은 뭘 말하나.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도 손해 볼 게 없는 여야 현역들이 정치 신인들의 발목을 잡는 ‘갑(甲)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의장이 직권 상정하더라도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장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5%가 현역 의원을 다시 뽑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민생보다는 당략을 앞세우는 19대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가 그런 ‘현역 심판론’의 굴레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임을 깨닫고 쟁점 법안들과 선거구 획정안을 8일 본회의 전에 반드시 절충해 내기를 당부한다.
2016-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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