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힘·책의 마력·독서의 의미를 ‘읽다’

문학의 힘·책의 마력·독서의 의미를 ‘읽다’

김승훈 기자
입력 2015-11-22 23:02
수정 2015-11-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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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 산문 삼부작 완결편 ‘읽다’ 출간

소설가 김영하(47)가 문학이라는 ‘제2의 자연’을 탐험한 산문집을 냈다. ‘보다’, ‘말하다’에 이은 산문 삼부작 완결편인 ‘읽다’(문학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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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
‘읽다’에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문학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문학 탐사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은 다시 읽고, 어린이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책들은 완역본으로 새로 읽었다. 읽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읽지 않은 책들도 일일이 찾아 읽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위대한 작품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특질은 무엇인지 등 책과 독서에 관한 치열하고도 매혹적인 사유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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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은 그동안 읽어온 책들, 특히 나를 작가로 만든 문학 작품에 바치는 사랑 고백”이라고 소개했다. “모든 사랑 고백이 그렇듯 꽤 오랜 준비와 노력, 망설임이 필요했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 벌써 이런 책을 내도 될까 싶기도 했지만 이쯤에서 한번 서사 문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왔고, 독자이자 작가인 내가 어떤 지점에 서 있는가를 살펴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돈키호테는 흔히 환상이나 비현실적인 것을 좇아 무모하게 도발하는 인물이나 성격의 대명사로 통한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처음부터 ‘책에 미친 자’였다. 기사소설이라는 기사소설은 죄다 섭렵한 뒤 그것을 현실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에마 보바리도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 소설처럼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인 연애를 꿈꾸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에마 보바리도 이야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작가는 이처럼 이야기가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 뒤 책은 온순한 사물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사물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인간을 감염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며 이성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책에는 주술적인 힘이 서려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책은 곳곳에서 금지당하고, 불태워지고, 비난당했습니다.”(57쪽)

독서 행위의 의미를 짚은 대목도 눈에 띈다.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모르면서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29~31쪽)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11-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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