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불안한 시민] 안 열리는 지갑, 얼어붙은 상권… 메르스發 ‘돈맥경화’ 조짐

[메르스 한 달-불안한 시민] 안 열리는 지갑, 얼어붙은 상권… 메르스發 ‘돈맥경화’ 조짐

입력 2015-06-18 23:46
수정 2015-06-1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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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공포 장기화… 꺼져 가는 경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가 다시 ‘돈맥경화’에 갇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돈도, 사람도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슬픔에 잠시 외출과 소비를 자제했던 세월호 참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감염 공포’가 전 국민을 짓누르면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영화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도 잇달아 방한을 취소하면서 여행·숙박·음식업종과 서울 명동 등의 관광지 상권도 3주째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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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명동
텅빈 명동 평소 같으면 인파로 북적였을 서울 중구 명동이 18일 메르스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가운데 시민들도 외출을 자제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들어 주요 소비 지표들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더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 발생(2014년 4월 16일) 다음주인 4월 넷째 주의 백화점 매출은 1년 전보다 0.2% 늘었다. 반면 2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졌던 이달 첫째 주의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급감했다.

대형마트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4월 넷째 주는 4.7% 감소했고 이달 첫째 주는 3.4% 줄었다. 지난해 4월 넷째 주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이 끼어 있어 이를 빼면 메르스 여파가 매출 감소에 더 큰 영향을 준 셈이다. 메르스는 여행산업도 덮쳤다. 관광업계는 세월호 참사 직후 수학여행 금지 등의 조치로 지난해 4월 16일부터 5월 2일 사이에 총 18만 8000명 규모의 관광이 취소돼 276억원의 손해를 봤다. 대부분 국내 관광객이었다.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큰 해외 관광객의 여행 취소가 급증하면서 손실이 더 커졌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4일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10만명 이상이 방한을 취소해 업계 피해가 1800억원가량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청 설문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53.7%가 메르스 확산으로 경영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의 평균 매출액은 35.6%, 고객 수도 34.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세월호 참사 때는 사회적인 위로, 경조 분위기 때문에 돈을 쓰지 못했다면 메르스 사태는 자신과 가족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않아 소비 위축이 훨씬 심하다”며 “정부는 한시적인 소비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으로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하락세였는데 메르스 사태로 더 악화돼 올해 경제성장률은 2% 후반대에 머무를 것”이라면서 “정부가 하루빨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메르스로 타격을 입은 업종에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6-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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