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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심사평] 낡은 관념을 벗은 낯선 감성, 판을 흔들다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심사평] 낡은 관념을 벗은 낯선 감성, 판을 흔들다

입력 2014-12-31 17:26
업데이트 2014-12-3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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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새로움, 이는 신춘문예에 거는 기댓값의 졸가리다. 낯선 감성과 새로운 감각만이 의식을 뒤흔드는 정서의 충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낡은 관념을 벗고 일상성을 뛰어넘는 자기갱신이 필요하다.

심사위원 박기섭(왼쪽)·이근배 시인.
심사위원 박기섭(왼쪽)·이근배 시인.
올해는 세월호 참사나 소녀가장의 아픈 삶을 다룬 작품에서부터 생존의 상처와 자연 풍경을 결속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소재나 주제도 퍽 다양 다기했다. 특기할 것은 역사 속 인물의 명암을 좇아 그것을 현실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걸러낸 작품들을 앞에 놓고 또 한 차례 꼲기가 이어졌다. 그런 뒤에 ‘연꽃, 피다’(박복영), ‘신(神)의 우주’(김경태), ‘바람을 읽다’(정황수), ‘비로자나불’(윤은주), ‘아침을 깁다’(송가영), ‘순천만 갈대밭’(김범렬), ‘수화의 풍경’(이윤훈), ‘푸른, 고서를 읽다’(박경희), ‘세한도를 읽다’(용창선) 등 아홉 편의 작품이 선자의 손에 남았다. 그중에서도 박경희와 용창선의 작품이 끝까지 으뜸의 자리를 다투었다.

두 편이 다 가멸찬 역사의 온축에서 시상을 캐고 있다. ‘푸른, 고서를 읽다’는 매우 안정된 호흡이 강점이지만, 그게 흠이기도 하다. 어딘가 긴장이 풀린 듯한, 미처 걷어내지 못한 타성의 그늘이 보이는 것이다. ‘세한도를 읽다’의 발화는 앞서 말한 신춘문예의 경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나 같은 역사인식이더라도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낯선 접근방식이나 표현의 신선함은 그런 우려를 떨치고도 남는다.

작중의 추사를 온전히 자기화한, 그러면서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는 결구의 완결성이 특히 돋보였다. 문면에 선연한 ‘먹 가는 소리’와 ‘수묵의 갈필’이 마침내 ‘뼈마디 시퍼런 결기로 빈 들판에 홀로 서’게 하는 것이다. 그 갈필의 결기가 이 작품을 흔쾌히 당선작으로 밀게 했다.

2015-01-01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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