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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감 - 이은희] 방황의 길 끝에…난 계속 써야만 했다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감 - 이은희] 방황의 길 끝에…난 계속 써야만 했다

입력 2014-12-31 17:28
업데이트 2014-12-3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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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잊을 수 없는 비참한 일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그 일이 있기 전의 나날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하늘 아래에 문학은 무엇인지,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문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왜 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 속의 나에게 씻을 수 없는 표정 같은 것이 생겨 있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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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던 끝에 서서히 알게 되었다.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뭔가가 내 바닥에 정말로 있었다. 나는 온갖 것을 다 감각하려 들고, 상처를 깊이 받으며, 분노하는 순간에는 순도 높고 강력하게 화를 낸다. 그러니 계속 써야만 했다. 혹시 누가 울 줄 모른다면 글을 쓰며 내가 울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내가 화를 내고, 즐거운 미래가 오는 때엔 내가 많이 웃어야겠다고 결심할 즈음 당선소식을 듣게 되었다.

내 은사님이신 소설가 김용성 교수님은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꽃들이 바람에 바래던 어느 봄날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워할 사람들의 얼굴을 꼭 한번만 눈에 담고 급히 떠나신 터라 남은 우리는 한참 동안 가슴 아파해야 했다. 존경하는 김용성 선생님, 제가 이제 작가가 되었어요. 말로 못하도록 많이 그립습니다.

함께 문인이 되자던 오래전의 약속을 드디어 지켰으니 혈육 같은 수연선배, 나 이제야 보답을 시작했어요, 더 크게 보여줄 터이니 평생 함께합시다. 용기를 주셨던 최원식 교수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용기 품은 채 새벽길 떠나는 심정입니다.

여태 효도 못 해드린 우리 어머니와 장녀 노릇하느라 애쓰는 내 동생, 나를 참아주고 아껴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전합니다. 1번 독자들, ‘닥쏠’ 동지들, 내가 무얼 하든 그건 너희 덕분이다. 힘내서 함께 살아가보자.

부족한 저에게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좋은 소설로 은혜 갚겠습니다. 온전히 독자의 것이 되는 작품을 쓰겠습니다.

▲1979년 서울 출생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01-0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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