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브러리’ 창립 시민운동가 로니 에버겔 인터뷰
“묻지마 폭력은 사회 구성원 간 연결고리가 그만큼 와해됐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갈수록 종교·인종 등이 다원화되고 있는 한국도 공동체 화합을 도모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합니다.”로니 에버겔
에버겔은 21년 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파티를 가던 자신의 친구가 칼에 찔려 숨진 뒤 ‘스톱 더 바이올런스’라는 비폭력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소한 싸움에 휘말린 친구가 왜 그렇게 무참히 죽어야 했는지, 극단적인 범죄를 막으려면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0년 에버겔은 친구 4명과 함께 ‘휴먼라이브러리’를 고안했다. 말 그대로 ‘휴먼북’(사람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이다.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종교, 성적 취향, 인종, 직업 등을 가진 휴먼북을 접하면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리자는 취지다. 에버겔은 “휴먼라이브러리가 동성애자, 무슬림, 이민자 집단 등 사회적 소수자들과 기존 지역 사회 시민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려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일찍부터 이민자 유입이 시작됐지만, 사회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펜하겐의 인구 54만여명 가운데 22%가 이민자로 구성돼 있다. 에버겔은 “현재 국민 32명 중 1명(2.8%)이 외국인인 한국도 2020년에는 외국인 비율이 5%, 2050년에는 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펜하겐의 경험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지식 콘서트 ‘테드’(TED)에 출연하는 등 세계 곳곳을 누벼온 에버겔의 활동으로 휴먼라이브러리는 70개 국가로 퍼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4-02-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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