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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 별을 향해 뛴다](8)스키점프 맏형 최흥철

[벤쿠버 별을 향해 뛴다](8)스키점프 맏형 최흥철

입력 2010-01-28 00:00
업데이트 2010-01-2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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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새 18년… 톱10 목표”

“할 게 많이 남았는 걸요. 아직 목 말라요.”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이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스키점프팀의 최흥철(29·하이원)은 뜨거웠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공의 환희’를 말했다. “난 아직 배고프다.”고 말했던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연상시켰다. 한 살 터울로 줄줄이 있는 점프팀 최용직(28)·김현기(27)·강칠구(26·이상 하이원)의 든든한 큰형님인 최흥철은 올림픽을 보름 남긴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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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키점프팀의 맏형인 최흥철. 18년간 세계의 하늘을 날아온 그가 “세계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한데 어떻게 그만두냐.”며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국 스키점프팀의 맏형인 최흥철. 18년간 세계의 하늘을 날아온 그가 “세계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한데 어떻게 그만두냐.”며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단체전 출전 좌절 아쉬우나 최선을

떨리지 않냐고 하자 “릴랙스~. 점프는 아등바등한다고 되는 종목은 아닌 것 같아요. 최대한 즐기는 마음으로 할래요.”라고 답한다. 올림픽이 익숙한 ‘베테랑’의 관록이 묻어난다.

밴쿠버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는 조심스럽다. 가장 주력으로 삼았던 단체전 출전이 좌절돼 죄송하단다. “(강)칠구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만, 나도 괜히 미안하네요.” 그나마 관심이 많을 때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혹시 잘 안 돼도 격려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생사 오가는 아찔한 쾌감 즐겨

최흥철이 스키점프를 시작한 건 1991년이었다. 처음엔 스키점프가 뭔지도 몰랐다. 무주리조트가 1990년 야심차게 문을 열었고, 동계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꿈나무를 모았다. 인근 초등학생 열댓명이 스키점프대에 몰렸고 그 중엔 구천초등학교 4학년 최흥철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꼬마들은 5m와 15m점프대를 보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체코에서 온 코치들한테 2~3주씩 훈련을 받았다.

“첨엔 그냥 구경 갔어요. 외국인 코치도 신기하고 점프도 신기해서 해보고 싶더라고요.” 처음엔 당연히 무서웠다. 출발 신호를 받아도 발은 출발점에서 한 발짝도 떨어질 줄 몰랐다. “91년 겨울인가 92년 여름인가 15m 점프대에서 뛰었는데 좋으면서도 무서워서 눈물이 질질 나더라고요.” 15m가 적응되면 30m, 그게 익숙해지면 40m, 그리고 지금 120m까지 단계를 올릴 때마다 긴장감은 매번 반복됐다. 무서움이 커질수록 멋지게 착지했을 때의 쾌감도 커졌다.

덕분에 온몸은 만신창이였다. “발목, 무릎인대도 다쳤었고, 쇄골도 나갔었고, 목도 삐어 봤어요. 단기기억상실증도 있었고요.”라며 사건사고(?)를 줄줄 읊는다. 95년에는 60m에서 뛰고 얼굴로 착지했다. “덜덜덜 얼굴이 갈리면서 멈췄는데 일어나니까 병원이더라고요. 그 사건 전후 1주일이 아직도 기억 안 나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래도 생사를 오간 아찔한 순간이 어찌 마냥 즐거운 무용담이겠나 싶어 가슴이 싸하다.

체중조절도 필수. 근육뿐인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달고 산다. 최흥철은 “한창 살을 뺄 때는 바나나에 요플레 부어서 먹어요. 그거 진짜 맛있는데요?”라며 애써 태연해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굵직한 성적 거둬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인지 열악한 환경에서도 굵직한 성적을 거둬 왔다.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단체전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 하얼빈 유니버시아드에서 개인전·단체전 금메달까지 꾸준하게 전 세계 하늘을 날았다.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때 단체전 8위. 단체전 출전이 좌절된 이번엔 개인전 톱10이 목표다.

무엇이 이 청년을 점프에 미치게 만들었을까. “해냈을 때의 쾌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만두고 싶을 때면 보란 듯이 성적을 냈다. “그만둘 수가 없어요. 세계정상이 손에 잡힐 듯한데 어떻게 그만둬요.” 하늘을 나는 기분 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단다. 어차피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시작한 운동도 아니었다.

점프팀은 28일 미국으로 떠나 최종 담금질을 하고 새달 8일 결전지인 휘슬러에 도착한다. 당당한 ‘미남새’들의 비행에 가슴으로 박수 칠 준비만 남았다.

글 사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1-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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