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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씩 일해도 월130만원… 알바인생 많아”

“12시간씩 일해도 월130만원… 알바인생 많아”

입력 2010-01-07 00:00
업데이트 201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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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실업 실태·해법

#사례 1 지난해 경북 K실업고를 졸업한 박모(19)군은 은행, 중소기업 등 10여곳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컴퓨터 자격증은 물론 증권투자상담사 등도 땄지만 인사 담당자들의 눈에 들지 못했다. 박군은 “국제 기능대회에서 입상경력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례 2 서울 S공고를 졸업한 성모(19)군은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 취업했다. 하루 12시간 격무에 시달리지만 잔업수당을 합쳐 손에 쥐는 돈은 130만원이 전부. 퇴사를 고민 중인 성군은 “비슷한 때 입사한 친구 중 절반이 그만뒀다.”면서 “대부분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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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청 밀물  구직 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33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6일 서울 마포구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실업급여 신청 밀물
구직 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33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6일 서울 마포구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직자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고교 졸업 후 진학을 하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은 한해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 3분기 현재 35만명의 청년실업자(15~29세) 중 18만 5000명(52.8%)이 고졸자였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근로 조건이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정부의 고용지원책도 해마다 56만여명씩 쏟아져나오는 대졸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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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실업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제각각이다. 일선 교사들은 기업이 합리적 이유 없이 고졸자를 저평가한다고 말한다. 이건호 고령실업고 교사는 “대학 국문과 졸업생보다 상고에서 회계를 익힌 고졸자가 경리 업무에 적합하지만 기업들은 막연히 대졸자의 잠재력을 평가해 고졸자를 외면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시각은 좀 다르다. 80%를 넘어선 대학 진학률로 시장에 대졸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졸 취업희망자가 압도적인 실력을 보유하지 않는 한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민경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팀 과장은 “대학 진학이나 병역을 이유로 공들인 고졸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일을 한두 번 겪고 나면 다시 뽑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취업시장에서 외면받는 고졸자들이 늘어나면서 전문계고 출신의 대학 진학이 늘고 있다. 2006년 69%였던 전문계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2009년 73.5%로 상승했다. 반면 취업률은 2006년 26%에서 지난해 16.7%까지 떨어졌다. 구직자들의 눈높이와 일자리의 질 사이의 불일치도 실업률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김성진 전국교직원노조 실업위원장은 “취업을 시키는 것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쉽다.”면서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졸자에게 주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이 단기 비정규직 업무여서 대학 진학이나 이·전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인수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고졸 청년실업자들에게 직업훈련에만 전념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지자체가 아르바이트하는 동시에 직업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나서 구인난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경 과장은 “정부가 방위산업체 등과 연계해 일하는 고졸 취업자들이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 유대근기자 argus@seoul.co.kr
2010-01-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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