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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점프 코리아 2010-G20시대를 열다] 기업선진화 제고방안 전문가 3인 지상대담

입력 2010-01-01 00:00
업데이트 201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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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감시 강화·기업인 자정 주목해야”

유례없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선진화 방안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재무 및 경영진의 회계책임을 강화하고 경영자 감시 및 규율과 관련된 내부 지배구조의 개선, 사외이사 제도 등 외부지배 구조의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과 김진방 인하대 교수, 한상완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의 지상(紙上) 대담을 통해 기업선진화와 투명성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참여자들은 기업의 자정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지배주주의 배타적인 지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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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는

김진방 교수 기업의 투명성은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 더 낮은 이자의 채권이나 더 낮은 가격의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투명성은 특정 시점이 아니라 언제나 필요하다. 앞으로 투자 확대와 자금 조달이 더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상완 본부장 서브 프라임 금융위기의 본질은 기업에 대한 감시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욕심은 규제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냈다. 신용파산스와프(CDS·채무자가 파산해도 채권자가 부채를 보장받는 파생상품)는 보험상품에 가깝다. 규제가 강하다 보니 파생상품으로 포장한 셈이다. 기업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황인학 본부장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다. 불투명한 경영으로 기업 평가가 왜곡돼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시장평가가 낮다면 언제든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투명한 기업 운영을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현재 대기업 경영구조에 대한 평가는

김 교수 경영구조보다 지배구조가 문제이다. 현재 우리 대기업 경영자는 지배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뜻대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그 지배주주가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유지배 구조에서 경영자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한 본부장 요즘 같은 경영 환경에서는 현재의 대기업 구조가 장점이 더 많다. 대주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 성장동력을 찾는 투자에 더 과감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들의 사리사욕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다만 대주주 경영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도 자성해야 한다. 과거의 관행이 없어졌다면 적극 알리고, 후진적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황 본부장 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대규모 해고사태 없이 금융위기를 극복한 요인으로 오너경영 체제를 꼽고 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주류였던 미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고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장점이 발휘됐다고 할 수 있다.

→기업투명성(혹은 선진화)의 걸림돌은

김 교수 지배주주, 즉 재벌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개혁을 막고 있다. 정치와 행정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이들의 영향력에 압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독약증권 도입을 비롯한 여러 ‘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그 결과다.

한 본부장 최근 기업들의 선진경영 기법은 잘 관리하자는 취지가 대세다. 관리만 잘하면 성장 궤도에서 이탈해 중소형 기업으로 추락하고 만다. 근원적인 이유는 경영학석사(MBA) 방식의 경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MBA는 관리만 가르친다. 최고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상상력이나 모험심, 창의력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

황 본부장 기업회계가 불투명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자금을 차입할 때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등 시장의 감시가 엄격한 상황이다. 시장의 감시 장치가 충분함에도 기업투명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새 제도만 자꾸 도입하게 되면 경영활동이 위축된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투명성 관련제도를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

→투명성 확보방안은

김 교수 지배주주의 배타적 지배를 막기 위해 외부주주들이 한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시킨 현행 상법을 개정하거나 사외이사 선임에서 지배주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투명하지 못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집단소송이 더 쉬워지고 폭이 넓어지도록 증권집단소송법이 개정돼야 한다.

한 본부장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구조 감시와 관련된 제도의 경우 탄탄한 편이다. 다만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시제도 강화는 필요하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의 감독기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의 자정 노력이다. 경영학과에 기업윤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할 필요도 있다.

황 본부장 기업의 투명성 확보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자율적인 사항인데, 제도로 강제하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경영환경에 맞는 제도를 기업이 스스로 마련하게 하고 지키기 어려운 제도는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은

한 본부장 요즘 경영환경에서는 사업 실패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신성장 산업은 더욱 심하다. 신사업 연구개발 투자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서 감당해 주거나 사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으로 용지를 공급해주는 것 등이다.

황 본부장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감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강제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최소화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 안동환 이두걸기자

koohy@seoul.co.kr

2010-01-01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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