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400m 비더만 등 세계 기록 6개
로마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장이 야외수영장인 탓에 기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을 깨고 첫날에만 6개의 세계 기록이 쏟아졌다. 신기록 행진은 국제수영연맹(FINA)이 내년부터 전면 금지키로 한 폴리우레탄 재질의 최첨단 전신 수영복이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자유형 400m에서 파울 비더만(독일)은 이언 소프(호주)가 2002년 작성한 3분40초08을 0.01초 앞당기며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같은 종목 예선에서는 18위로 결승에도 못 올랐던 그다. 그러나 비더만은 최첨단 전신 수영복을 입고 이번 대회 경영 경기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역시 최첨단 수영복을 입은 ‘10대 소녀’ 사라 요스트롬(16·스웨덴)은 여자 접영 100m 준결승에서 56초44에 레이스를 마쳐 지난 9년 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잉헤 데 브륀(네덜란드)의 종전 최고 기록(56초61)을 0.17초 앞당겼다.
그 외에 여자 계영 400m에서 독일의 브리타 슈테펜은 첫 번째 영자로 나서 자유형 100m 세계 기록을 세웠고, 여자 200m 개인 혼영 준결승에서는 아리아나 쿠코스(미국)가 2분07초03으로 세계 기록 보유자가 됐다. 여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는 페데리카 펠레그리니(이탈리아)가 3분59초15로 결승선을 끊어 지난달 지중해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 기록(4분00초41)을 한 달 만에 새로 쓰며 ‘마의 4분 벽’을 무너뜨렸다.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탈락한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 200m 은메달을 땄을 때 입은 스피도의 레이저레이서(LZR Racer) 반신 수영복을 그대로 입었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박태환이 최근 시장에서 가장 빠른 수영복이라고 여겨지는 제품이 아니라 옛 수영복을 입고 나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며 예선 탈락의 원인으로 ‘낡은’ 수영복을 지목했다.
박태환은 반신수영복을 입어 기록이 부진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세계선수권에 나온 상위권 선수 중 나만 반신수영복을 입는 것 같다. 비더만도 예전에 반신수영복을 입었는데 이번에 전신수영복을 입고 최고 성적을 냈다.”면서 “대회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1년 정도 휴식을 취하고 훈련하면서 전신수영복을 몸에 맞춰보겠다.”고 밝혔다.
FINA는 세계 기록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최첨단 수영복을 내년부터 국제수영대회에서 전면 퇴출하기로 해 이번 대회가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전신 수영복을 입는 마지막 해가 될 전망. 부력이 좋은 최첨단 수영복이 지난해 초 등장한 이후 지난해에만 무려 108차례, 올해에도 이달까지 30여차례나 세계 기록이 새로 작성되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현재 공인된 세계기록은 그대로 유지된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FINA가 승인한 최첨단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세운 기록도 그대로 인정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09-07-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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