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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교과서 길들이기/강석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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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08-12-02 01:04 사설·오피니언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근·현대사가 사회적 논쟁의 주 전장(戰場)이 되었다.근·현대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 검인정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하고 국사교육내용전개 준거안을 마련할 때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그러나 새 정부가 검인정 교과서들을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50여곳을 수정하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논쟁은 ‘전쟁’이 됐다.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30일 마침내 금성출판사 등 검인정 교과서 출판사들이 권고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압승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회사 경영이 위험 수위에 이르러 고통스럽지만 결단을 내렸다.”는 금성출판사 김인호 대표의 말은 정부가 이들을 제압은 했으나 승복은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그 말 자체로 으스스하다.정부는 정녕 두렵게 보이길 원하고 두려움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 하는 것일까.

 검인정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기 위한 제도다.정부의 견해가 압력을 통해 관철된다면 검인정 제도는 무용지물 아닌가.정부가 바뀐다고 교과서가 바뀌어야 하는가.저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수정해 저자들 이름으로 출판할 수 있는지.정부가 교과서에 역사해석을 강요한다면 이웃나라 정부가 역사관을 교육현장에 강요할 때 무슨 논리로 공박할 수 있을까.일선 교사들은 불만에 찬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나는 정부에 권하고 싶다.좌편향이 문제라면 나름대로 교과서를 새로 잘 만들어 교과서 시장에서 많이 채택되도록 노력해 보라고.그것이 현 정부가 표방하는 시장주의에 맞지 않는가.존 밀턴은 언론 출판 자유의 고전이 된 저서 아레오파기티카에서 “우리는 강제에 의한 복종이나 사랑이나 선물을 존중하지 않습니다.악행을 무리하게 방지하는 것보다는 선행을 하는 데 몇 곱절 더 우선권이 부여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이 정부도 언젠가 정권이 좌파로 넘어갔을 때 그 정권이 압력을 가해 교과서를 수정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우파 정부인 현 정부도 바로 지금부터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8-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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