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혼 없는 공무원’은 필요 없다

[사설] ‘영혼 없는 공무원’은 필요 없다

입력 2008-01-05 00:00
수정 200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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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의 한 공무원이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했다 한다. 그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는 자리에서였다. 이날 보고는 국정홍보처 존폐 여부와 언론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정권홍보, 기자실 폐쇄 등 언론자유에 역행하는 언론정책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코드홍보로 일관하다 부처 해체의 위기에 몰렸는데도, 공무원들 책임은 없다는 발상이다. 한심하고 어안이 벙벙하다.

공무원들이 지금의 국정홍보처 직원처럼 철저하게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한 적이 있었던가. 민주화시대 이후 처음이다. 정권 내내 국정홍보는 뒷전이고, 언론 편가르기, 언론 길들이기를 하는 데 충실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 아닌가.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원칙을 지켜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오늘처럼 참담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정권이 바뀔 때가 되니, 영혼없는 공무원 운운이다. 무책임, 면피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은 원래 정치학자 막스 베버가 한 이야기이다. 관료는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한다는 의미다. 정권주구 노릇을 한다는 뜻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정홍보처뿐이 아니다. 정부 조직 곳곳에 똬리를 틀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무책임, 무소신의 영혼없는 공무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공무원을 원하지 않는다. 직위를 떠나 이들은 공무원 조직을 피폐하고, 병들게 할 뿐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혈세가 아깝다. 물론 줄세우기, 코드맞추기를 강요한 정권의 책임이 더 크다. 하의상달의 통로를 열어놨더라면, 국민과 정부의 간격이 이렇게 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 정권은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2008-0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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